1·9 남북 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통일부 국방부 등 관련 부처가 바빠졌다.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한 협력, 군사회담 개최, 한반도 문제 남북 당사자 해결 등 3개항 합의를 바탕으로 어제부터 남북 간 ‘서해 군(軍)통신선’도 복원됐다.

하지만 성급한 기대는 위험하다. 무엇보다도 남북 대화의 궁극 목표는 북한의 핵무기 폐기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은 이번에도 민족·우리·평화·협상 같은 그럴듯한 말들을 늘어놨지만,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비핵화’를 언급하자 정색을 하며 “그만하자”고 입을 닫았다. 그러면서 “원자탄 수소탄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뒤 한국 언론까지 비난했다.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 관심사”라고 한 조 장관의 응수가 정곡을 찔렀다. ‘평창 이후’를 생각해서라도 꼭 해야 할 말이었다.

‘평창’만 얘기하고 비핵화에는 입을 닫은 북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내놨다. “남북이 공동으로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는 어제 신년 기자회견 내용이 그것이다. 지난해 “북한의 핵동결이 대화의 입구, 완전한 폐기가 대화의 출구”라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에도 북은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했지만 정작 이산가족 상봉 제안은 외면했다. 향후 남북 관계에서 ‘밀당 카드’로 쓰거나 경제적 대가와 바꾸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모처럼의 대화 국면은 살려가되, 지향점이 무엇이며 어떤 대화여야 할지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김정은 집단의 실체는 나라 밖에서 더 냉정하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북핵 폐기와 한반도 비핵화의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