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국정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새해 정부와 저의 목표는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청년 일자리는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지난해 ‘적폐청산’에 주력한 것에 비해 올해 문 대통령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집권 2년차를 맞아 오롯이 성과로 입증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삶의 질과 직결되는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3%대 성장을 회복했다지만,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빼면 여전히 한겨울에 가깝다. 올해 성장목표(3.0%)는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 전망치(3.1%)를 밑돈다. 문 대통령은 “2~3%대 성장은 노멀한(정상적인) 수준”이라고 했지만, 미진한 성장은 고용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자 수(102만8000명), 청년실업률(9.9%), 청년 체감실업률(22.7%) 모두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했지만 오히려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처지다. 설상가상으로 고(高)유가, 금리 상승, 원화 강세, 고비용의 ‘신4고(新4高)’가 닥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은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고용의 뿌리’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감내할 수준을 넘어서면 되레 독(毒)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은 감시, 단속, 처벌로 해결되지 않는다. 최저임금 논란도 일자리가 있을 때의 얘기지, 일자리가 사라지면 무의미하다.

경제활로가 마땅치 않기에 양질의 일자리 공급원인 혁신성장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문 대통령이 “잠재성장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혁신성장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절실한 고비용·저효율 구조 타파, 신속한 구조조정, 신산업 규제혁파에 관한 언급이 없었던 게 아쉽다.

최악의 고용한파를 돌파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왜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는지, ‘친(親)노동’ 정책이 어떻게 일자리 병목을 만드는지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 일자리와 소득은 성장의 결과이지, 전제조건이 아니다. 민간의 창의는 정부의 ‘보이는 주먹’이 아니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극대화된다. 정부는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게 혁신성장의 필수조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선거공약을 토대로 한 ‘제이(J)노믹스’도 전면 재점검해볼 시점이다.

다행히 문 대통령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만나겠다고 했다. 어깨가 축 처진 기업들의 호소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다. 일자리 돌파구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길을 물어보는 게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