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의 시사토크] 무엇이 '정부 리스크' 키우나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가 심상치 않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보완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새해부터 인상된 최저임금이 시행되면서 아르바이트생, 경비원 등이 실직 위기에 처하고 생활 물가가 뛸 조짐을 보이고 있는 터다. 정부·여당은 당황하는 기색이다. 특히 올 6월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이 흔들린다며 우려하는 모습도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 이럴 줄 몰랐나

그렇지만 처음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당장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학 교과서상의 이론이 아니라 실제 경험과 실증을 토대로 수립된 경고였다. 기존 정규직 숙련 근로자는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저연령층·미숙련 근로자 등 취약계층일수록, 중소기업과 영세업체 근로자일수록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지금 편의점 영세업체 등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그대로다.

정부가 올해 재정에서 3조원의 일자리 안정기금을 마련해 직접 지원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론 안 된다. 영세업체들은 요건이 안 돼 신청도 못 한다고 하소연한다. 막대한 재정 투입이 지속될 수도 없다. 정부가 검토 중인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 경감, 결국 카드회사들이 부담할 카드수수료 인하까지 포함하면 올해 지원되는 돈이 5조원 이상이라고 한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재정을 넘어 편의점, 동네 음식점, 영세업체, 건물주, 카드회사 등 민간에까지 확산돼간다. 여기에는 방향 착오도 가세하고 있다. 임대료 경감 같은 것은 쉽지도 않지만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민간 건물주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나눠야 할 근거부터가 없다. 이러다간 경제 시스템이 곳곳에서 파열돼 화를 더 키우게 된다. 이른바 시장의 역습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이럴 줄 몰랐다면 큰일이다. 더욱이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자영업자 비중이 가장 높다. 당연히 큰 파장이 미칠 게 뻔한데도 이 지경이 됐다. 그동안 관련 부처 차관, 장관들이 회의에 나가 무슨 협의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그런데도 여당에선 최저임금 인상보다 임대료가 더 문제라며 공을 엉뚱한 곳으로 넘기려 한다. 자기반성은 없이 문제의 원인마저 호도하는 모양새다.

사실 비정상이 한둘이 아니다. 올 6월 지자체 선거 때 같이 국민투표로 처리하겠다는 개헌도 그렇다.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이자며 개헌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여론을 어떻게 수렴했다는 것인지 정작 권력구조는 그 문제 많다는 대통령의 임기를 오히려 더 길게 만드는 중임제로 하면서 국체의 근간인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대원칙을 흔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조치 속에서 강남 집값은 오히려 초강세다. 북핵 위기 속 열강 외교는 자충수까지 두며 산 넘어 또 산이다.

한국은 비전이 있기는 한가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인데 일자리는 줄고 혁신성장은 안 보인다. 부처마다 새 정책의 후폭풍을 막느라 전전긍긍인데 위원들의 면면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소위 적폐 청산 TF는 제도 보완은 없이 기밀 서류에서 과거사를 들춰내기에 여념이 없다. 정치보복 공방이 요란하다. 그래도 여당은 편가르기 도그마에 갇혀 속죄양만 찾는다. 정부의 정책 리스크가 점점 커지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미국은 더 강해지고 있고, 일본은 확실히 재도약하는 중이며, 중국은 이미 한국을 추월 중이고, 베트남은 맹렬히 따라오고 있다. 한국은 과거에 매달린 채 무슨 비전을 갖고 어디로 가고 있다는 것인지. 새해 초 덕담보다 이런저런 걱정만 앞서니….

문희수 경제교육연구소장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