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롯된 경제현장의 충격이 자못 심각하다. 비정규직 등 고용시장의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감원이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 감축, 대학의 청소·경비인력 해고에 ‘알바생’ 채용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인건비 상승으로 음식료 가격도 곳곳에서 들썩인다. 프랜차이즈 식당 중에는 음식값을 14% 올린 곳도 있다. ‘고용대란’에 ‘물가대란’이 겹칠까 걱정이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한 것 같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도심 음식점거리로 나가 종업원 해고 자제를 당부했다. 3조원의 최저임금 지원 예산을 홍보하며 임금 인상분을 사업주가 흡수해 달라는 호소였다. 하지만 더 간절한 것은 “직원을 줄이지 않고, 값도 안 올리고 어떻게 버티나”는 식당 주인들 호소였다. 정부는 ‘최저임금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소상공인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을 내놓겠다지만 카드수수료 인하 정도가 거론되는 모양이다. 그나마 정부의 수차례 개입으로 이미 내려간 카드수수료를 더 내릴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근본 문제를 봐야 한다. 당장은 임금을 주는 영세사업자들 비명이 크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경제의 모든 주체에 지워지는 비용이다. 국민들은 최저임금발(發)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 감소를 감내해야 하고, 정부의 예산 부담도 올해로 끝나기 어렵게 됐다. 대기업도 협력업체 아우성을 외면하기 힘들 것이다. 일자리를 위협받으며 전반적인 고용 감축에 직면한 노동시장 취약층은 더 큰 피해자다.

‘최저임금 10% 인상 시 일자리 1.4% 감소’ 같은 경고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회성 충격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수정만이 아니라 16.4%인 올해 인상폭도 소급 삭감해야 할 판이다.

관 주도 임금 인상으로 가계소득을 늘리겠다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이랬으면 좋겠다’는 희망 섞인 탁상행정에 대한 시장의 냉철한 반응을 흔히 ‘시장의 복수’라고 한다. 최저임금 폭등을 강행한 뒤 지금 벌어지는 현상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시장 참가자들의 몸부림이자 절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