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핀테크, 동남아 시장에 기회 있다
핀테크(금융기술)는 은행에서부터 증권까지 각종 금융분야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많은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전 세계 금융 소비자들은 점차 편리한 서비스를 찾고 있다. 또 주요국들이 핀테크산업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글로벌 핀테크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핀테크산업의 발달은 기존 금융 인프라가 미흡한 곳에서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상대적으로 금융 인프라가 미흡했던 중국은 적극적인 핀테크 육성을 통해 핀테크 강국으로 거듭났으며, 핀테크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신생벤처) 상위순위를 독점할 정도로 글로벌 핀테크산업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은행시스템이 열악한 곳들을 중심으로 핀테크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시장은 향후 핀테크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손꼽힌다. 기존 은행의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 대체 금융서비스를 찾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큰 지역이다. 이런 수요를 파악한 중국과 일본의 핀테크 기업 및 금융회사들은 경쟁적으로 동남아에 진출하고 있으며 현지 유망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하는 방법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특히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핀테크 업체들이 소규모 핀테크 업체를 대거 흡수하면서 동남아 핀테크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정보기술(IT)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핀테크 해외시장 진출에 용이한 상황이지만, 아직은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는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금융 산업이 포화된 국내에서 사업을 할 경우 대형 금융사와 연계된 서비스 및 해외 대형 업체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해 전망이 밝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동남아 지역은 아직 핀테크 활성화 정도가 높지 않고 금융 인프라 또한 한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올 한 해 아시아 핀테크 시장 중 우리 기업의 진출과 시장성 등을 고려할 때 말레이시아를 최적의 시장으로 꼽을 수 있다. 현지에 가기 전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말레이시아의 핀테크 혁신 바람은 대단했다. 지난해 12월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막한 ‘2017 말레이시아 핀테크 로드쇼’에서 데모데이 당일 국내 핀테크 기업들과 비즈니스를 꾀하려는 말레이시아 기업들의 상담이 줄을 이었고 현지 언론도 IT 강국인 한국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 정부 차원의 관심과 육성정책을 볼 때 말레이시아는 분명 한국 핀테크 기업에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싱가포르와 캄보디아에서 진행한 핀테크 행사에서도 우리 핀테크 기업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았다.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철저히 준비를 하고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지 시장조사를 통해 각 나라에 맞는 솔루션을 기획하고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지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동남아 시장에서 ‘핀테크 한류’ 열풍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을 기반으로 해 글로벌 핀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정유신 < 핀테크지원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