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계 신년사는 한마디로 ‘국민 속으로’로 요약된다. 각 그룹이 새해 발표한 신년사에는 ‘상생’ ‘사회’ ‘소통’ ‘신뢰’ 와 같은 단어들이 유난히 많았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국민과 사회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고 신동빈 롯데 회장은 ‘주변과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존경받는 기업’을 내세웠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장은 ‘고객과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회사’를 다짐했다.

주요 대기업들이 “직접 국민 속으로 들어가 반(反)기업 정서 극복에 나서겠다”는 데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반기업 정서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고용을 창출하고 혁신과 성장을 이끄는 기업의 순기능보다는 정경유착, 독과점, 양극화와 같은 어두운 면을 주로 보려는 경향이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탓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반기업 정서가 타당한지 여부를 떠나,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의욕적인 기업활동이 어려워지고, 일자리 축소와 성장률 저하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재계가 반기업 정서 극복에 나선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소극적으로 방어하고 변명하던 데서 벗어나 먼저 국민에게 다가서고 소통하겠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새 정부의 ‘기업 압박’ 정책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측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기업 정서 확산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만큼, 이런 움직임을 삐딱하게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재계의 노력에 화답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기업과 기업인을 죄인 다루듯 하고 경원시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맥락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불참한 것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 행사는 대통령이 경제계를 격려하는 의미 있는 자리로 여겨져왔기에 더욱 그렇다. 역대 대통령들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늘 참석했던 경제계 최대 행사다. 대통령이 빠지자 대기업 총수 중 상당수도 불참, 맥빠진 행사가 돼버렸다. 반기업 정서를 해소해 시장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은 당사자인 재계뿐 아니라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화급한 과제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