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업체와 언론들이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을 상대로 가격을 낮추라며 노골적 압박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 언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D램 업체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내년 1분기에 모바일용 D램 가격을 3~5% 올리겠다고 통보하자 집중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작년 3분기부터 여섯 분기 연속 오른 데 이어 내년에도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에 중국 모바일 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은 현지 업체들의 감정 섞인 거친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다. IT 전문지 콰이커즈는 한국 반도체 업체들을 폭리를 취하는 ‘투기세력’에 비유했을 정도다. 다른 매체들도 가격 상승이 마치 한국 업체의 ‘담합’에 의한 것인 양 보도하고 있다. 중국의 가격 담합 조사기관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D램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은 글로벌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반도체산업에는 사이클이 있어, 수요가 늘면 가격이 크게 오르지만 수요가 줄면 가격이 크게 떨어진다. 그런데 가격이 낮을 때는 아무 말 없던 중국 휴대폰 업체들이 가격이 오르자 이를 마치 한국 업체들의 담합 결과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억지다.

사드 보복을 계기로 한국을 만만하게 여긴 중국 업체들이 중국 정부와 언론을 움직여 한국 반도체 업체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았지만 언론의 ‘한국 때리기’를 암묵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사드 트집잡기로 롯데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 데 이어, 이제는 한국 대표 수출품인 반도체마저 무릎을 꿇리려 하고 있다. 희토류를 자원 무기화해 가격을 폭등시킨 중국이,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대며 한국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한다면 한국 정부는 절대로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 사드 보복조차 아직 풀지도 않은 중국이다. 물러서면 또 어떤 무리한 요구를 해 올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