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중국 내수시장에서 진검승부 펼치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야기된 한·중 경제협력 균열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방문으로 봉합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다행이다. 한때 업계 및 전문가 사이에서는 중국 비중을 줄이고 빠져나와야 할 시장으로 얘기하기도 했다. 올해 중국은 총규모 12조달러, 1인당 8600달러의 경제가 된다. 2020년이면 1인당 소득 1만달러를 돌파한다. 중국이 엄청난 소비시장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 경제는 진정 지금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중국 경제의 미래가 불안하다고들 우려한다. 이번 시진핑 주석 체제 2기에 들어서면서 독재국가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부정적 견해도 가세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부터 비약적인 발전을 시작해 2010년부터는 세계 성장의 3분의 1까지 기여해오고 있다. 그만큼 실체가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로 중국에 투자했던 다국적 기업들이 철수하자 자연스럽게 일어난 중국 기업으로의 대대적인 기술 이전이 큰 역할을 했다. 논란 속에서도 앞으로 상당 기간 세계 경제 발전을 견인할 것이란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같은 대체 지역에서는 이런 기반을 찾기 어렵다. 신(新)실크로드 프로젝트(소위 ‘일대일로’)도 새로운 모멘텀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 인사고과에 연결돼 있는가 하면 실크로드 프로젝트 기금,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을 통한 자금 지원에도 중국이 적극 나서고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에게 가장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베이징, 상하이, 선전의 휘황찬란한 발전에 기가 질려 주눅이 들 수도 있다. 지방에는 아직 기회가 널려 있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중국 내수시장을 파고들 대단한 자원이 있다. 한·중 양국에는 각각 상대 국가에서 정규 대학 과정을 졸업한 10만 명 이상(누계 기준)의 유학생이 있다. 세계 어느 나라가 우리처럼 양방향 유학졸업생을 그만큼 보유하고 있겠는가. 또 2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양국 거주 경험자가 있다. 국내에는 현재도 100만 명(조선족 동포 포함) 이상의 중국인이 있다. 중국 내에는 30만 명 이상의 우리 국민(조선족 동포 제외)이 있다. 이들이 중국 내수시장 개척의 첨병이 될 수 있다. 이들이 중국 내수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중국 내수시장 개척을 위한 두 번째 자산은 3600여 개 중견기업이다. 독일의 ‘히든챔피언’에 해당하는 연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이다. 이들은 자체 브랜드로 우리 시장을 개척해서 성공했거나 대기업의 1차 벤더로서 나름대로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경험을 축적했다. 이들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사활을 건 승부를 해야 한다. 그동안 기업주들은 중국의 싼 인건비에 의존한 단기 투자에 집중했다. 중국에 몰입한 게 아니라 잠시 머문 것이다. 그만큼 한·중 경제협력의 취약성이 내포돼 있었다. 중견기업주들이 지금부터 기업가정신으로 재무장하고 중국 내수시장 개척에 주력해야 한다. 중국 기업들과의 협업체제도 구축해야 한다. 우리가 다해야 한다는 인식을 지양하고 전략적 협력을 일궈내야 한다.

정부도 이들 중견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개척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 진정한 통상외교가 필요하다. 인력 타령만 할 게 아니다. 당장 대사관이나 총영사관을 중심으로 하되 KOTRA, 무역협회, 대부분 1인 대표인 공공기관을 물리적으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필요 정보를 제때 공급하며 현장을 지원하는 유기적인 체계를 갖춰야 한다. 전시성 행사의 개최도 최소화해야 한다. 성장에 목말랐던 시절, 미국이나 유럽에서 보여준 파이팅이 필요하다. 최고의 인재를 투입해서 뛰게 해야 한다. 폭발할 중국 내수에 부응하지 못하면 선진국 정착은 없다. 싼 인건비만 좇는 기업 태도로는 한계가 있다.

정영록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