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에게는 민·형사상 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채용 절차에서부터 구조적인 문제가 많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근본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공언했던 공공기관 개혁이 수포로 돌아간 게 한두 번이 아니어서 국민들은 과연 근본대책이 나올지 의구심을 갖는 분위기다.

대통령도 지적했지만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그야말로 천태만상이요, 복마전을 방불케 한다. 특정인이 합격할 때까지 기준을 바꾸고, 무자격 청탁자의 서류를 뻥튀기 하고, 고위인사가 청탁한 지인을 뽑으려고 인사·면접 위원을 변경하는 일 등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됐다. 전체 공공기관 330곳 중 감사원이나 소관 부처 감사를 이미 받은 곳을 제외한 275개 기관 특별점검 중간결과 지적사항 2234건 적발, 문책 143건, 수사의뢰 23건이 나왔을 정도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연말까지 감사체계 정비, 적발·처벌 강화, 규정미비 보완 등을 포함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그런 수준으로 막을 단계를 이미 지났다고 본다. 대통령은 공공기관과 금융기관부터 우선 채용비리를 근절하고 민간기업으로까지 확산시키라고 말했지만 이는 본질을 흐리는 주문이다. 이번 채용비리는 주인 없는 공공기관·금융기관의 일탈, 이른바 ‘대리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민간기업이 그런 식으로 채용을 한다는 건 스스로 망하겠다고 작정하지 않고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시장이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아무리 부실해도 문을 닫지 않는다고 믿으니 이런 비리가 끝도 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정부는 엄한 책임을 묻고 개선방안을 강구한다지만 공공기관 현장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그래봐야 기관장 교체로 끝날 일’로 여기는 게 그렇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공기관 개혁이 무디다 못 해 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더 후퇴하는 쪽으로 가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해법은 자명하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막을 길은 민영화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