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잠재성장률 하락세 반전시켜야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을 2017년 달력도 이제 한 장이 남았다. 경제 측면에서 볼 때 올 한 해는 글로벌 경기 호조세에 따른 설비 및 건설투자와 수출 증가에 힘입어 2014년 이후 3년 만에 3%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물론 지난 2년간 각각 2.8% 성장 대비 0.3~0.5%포인트 정도 높아진 수치에 불과하다고도 폄하할 수도 있지만 3%라는 심리적 지표를 회복한 것만 해도 뜻 깊은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내년도 우리 경제는 어느 정도 성장할 수 있을까. 필자가 몸담고 있는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부터 거시경제 및 금리에 대한 전망을 발표하기로 했다. 이에 자본시장연구원의 경제 전망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국내 성장률은 금년 3.2%, 내년은 3.0%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세부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가계부채 누증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나 인구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 부양책과 이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 및 동계올림픽 개최, 중국과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완화에 따른 서비스업 고용 확대 등으로 인한 소득 여건 개선으로 약간 좋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올해 성장을 주도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내년 중에는 크게 둔화될 전망이다. 올해 이례적으로 높았던 설비투자는 반도체 부문의 글로벌 업황 호조가 내년에도 어느 정도 지속되겠지만 철강이나 조선과 같은 전통적 주력 제조업종의 경우 중국의 과잉 설비나 대외 수요 둔화 등으로 전체적으로 대폭 둔화가 불가피할 것 같다. 건설투자는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나 대규모 토목건설 예산 감소에 따라 상당폭의 조정을 받겠지만 선행지표들의 추이나 최근 주택시장 동향에 비춰 볼 때 일부에서 예측하는 것과 같은 급랭(急冷)은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출은 최근의 원화 강세가 우려는 되지만 세계 경제의 동반 회복세에 따른 대외 수요 확대와 정보기술(IT) 부문 업황 호조에 힘입어 금년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수입은 올해 중 큰 폭으로 늘어난 설비투자용 자본재 수입이 둔화되면서 증가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해 보면 국내 경제는 대체로 잠재성장률 및 최근 5년간의 성장세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이런 전망에 대한 위험 요인도 적지 않다. 소비나 수출이 확대돼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결렬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부상, 주택 경기 급랭에 따른 소비 및 건설투자 부진 등은 그 가능성은 낮다고 하더라도 발생 시에는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내년 중 성장세가 둔화되는 과정에서 금융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해 보이지만 만약 발생할 경우 국내 경제 성장에 가장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금리 측면에서 자본시장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내년 말까지 네 차례 정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하는 데 반해 한국은행은 한 차례 정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한·미 두 나라의 금리 인상 횟수와 관련해 차이를 예상하는 이유는 양국의 경기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모두 잠재성장률이 하락해왔지만 미국은 최근 잠재성장률이 하락을 멈추고 반전하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하락세에 있다. 여기에 금리 인상이 가계부채와 한계기업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한국은 금리를 빠르게 올릴 여유가 상대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이런 단기적 성장률보다 잠재성장률의 하락 추세를 반전시키는 것이다. 정부 정책이 지향할 점이 바로 여기에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중장기적 안목에서 정책이 입안돼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는 미래 성장동력의 부재, 산업 및 가계의 양극화에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최근에는 경제 주체들의 위험회피성향까지 높아져 잠재성장률 하락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잠재성장률 회복이라는 단일 목적함수 아래 모든 정책과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안동현 < 자본시장연구원장 ahnd@kcm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