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올바른 기부문화, 국민 관심에서 꽃핀다
거리 곳곳에서 나눔을 요청하는 구세군의 종소리가 들려오는 계절이다. 하지만 몇 달 전에 일어난 사건들로 인해 기부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4만9000여 명을 대상으로 126억원을 횡령한 새희망씨앗 사건은 대중을 분노하게 했고, 피해자들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이 또 한 번 큰 충격을 줬다. 딸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아버지로 알려졌던 사람이 여중생 살인자로 드러났고 딸 치료비 명목으로 후원받은 13억원 중 상당액을 자신의 호화생활 영위에 유용했다는 사실에 대중은 다시 한 번 분노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기부 공포증’이 어느 순간 국민의 마음 속에 자리잡은 건 아닌지 우려된다.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연간 누계 1000만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집할 경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에 모집 목적, 목표액, 사용계획 및 모집자 정보와 그에 따른 모집 결과를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이영학 사건의 경우 13년간 기부금액 및 사용내역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온라인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개인기부 사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현행법상 소액, 개인 모집자에 대한 법적 관리 체계가 매우 미비해 당초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은 올바른 기부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2017 세계기부지수(WGI)에 따르면 한국의 기부참여지수는 139개국 중 62위에 그쳤다. 2013년 45위에 랭크됐던 것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기부문화가 많이 후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세청에서 발표하는 연도별 기부금 총액도 2013년을 기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올바른 나눔문화를 정착시키고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까. 무엇보다 기부하고자 하는 단체의 사업이 자신의 기부 목적에 적합한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기부자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에 기부하면 단체의 활동을 더 면밀하게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각 단체가 기부금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감사 및 예결산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확인해 보자. 국세청을 통해 공시되는 재무정보와 각 단체가 제공하는 외부감사자료, 후원금 사용내역 등은 온라인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셋째, 기부단체가 충분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확인한다. 각 단체에서 제공하는 보고서 등을 통해 자신이 기부하고자 하는 사업에 그 단체가 얼마나 지속적이고 전문적으로 활동해왔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 많은 단체가 후원자가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으니 이런 활동에 참여해 단체의 활동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다양한 경로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통해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기부자는 기부단체에 대한 신뢰를 키워갈 수 있다. 기부단체는 더 투명하게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노력할 것이다.

최근 몇몇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 팽배해진 기부 공포증이 모두 해소되고 올바른 기부문화가 뿌리내리기를 기대해본다.

황성주 <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