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그제 내놓은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안’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갸우뚱하게 된다. 기존 5대 배제원칙(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에다 음주운전, 성(性) 관련 범죄 이력을 추가했다. 또 외교·안보 분야는 병역기피, 재정·법무 분야는 세금 탈루 등 관련 비리에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대체로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반면 청와대가 조각(組閣) 완료 직후 인사원칙을 발표해 어리둥절해 하는 반응이 많다. 그간 인사검증 논란을 감안할 때, 사후약방문이자 특정 인사 면죄부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라도 원칙을 마련한 게 이번이 처음이란 점은 인정해야 한다. 앞으로라도 잘 지켜 국민 눈높이에 부응해야 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아쉬움이 남는다. 청와대가 조급하게 인사원칙을 내놓기보다는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거쳐 마련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여야가 정권 교체로 ‘공수교대’를 할 때마다 공직 인선을 둘러싼 소모전이 되풀이되고 있어서다. 야당은 공직후보자를 만신창이로 만들어야 유능한 줄 안다. 지금 여당도 야당 때는 그랬다. 코드인사, ‘내로남불’식 인선도 문제지만 신상털기, 인격모욕을 방불케 하는 인사청문회는 두고볼 수 없는 수준이다.

과거 관행이던 게 지금은 탈법·위법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사회가 투명해지고, 공직 도덕성 용인 수준도 높아졌다. 그에 맞춰 공직 인사시스템도 선진화돼야 마땅하다. 야당들도 참여시켜 인사원칙을 확립한다면,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불필요한 도덕성 시비를 줄이고, 인사청문회를 전문성 검증이란 본연의 기능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미래 공직 후보자들에게 철저한 자기관리와 자기검증을 유도하는 부수효과도 있다. 이런 게 보이지 않는 정부혁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