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중국이 '사회주의 강국' 되는 날
지난달 막을 내린 중국공산당전국대표대회(당대회)는 한마디로 시진핑 총서기의 결승 끝내기 만루홈런쯤으로 표현할 수 있다. 공산당 당장(黨章)의 지도사상(행동 가이드)에 자신 명의의 사상을 등재시키고도 앞으로 최소 5년의 1인 집권기를 남겨뒀는데, 더 나아가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에 50대를 배제함으로써 5년 뒤 연임 가능성까지 남겨놨다. 앞으로 중국 공산당의 크고 작은 행사와 문건의 앞머리를 차지하게 될 지도사상에 시진핑 사상이 불려 나오는 광경을 상상하면 이번 당대회의 의미를 금방 알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의 1인 지배 특징이 짙어질수록 절대권력자의 머릿속은 더욱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부총리를 부친으로 둔 덕에 숙명처럼 당과 국가의 지도자 수업을 받아온 시 총서기다. 70대가 코앞인 절대 권력자는 대개 어떤 상황변화 속에서도 평소의 세계관, 가치관, 신념을 꺾지 않는 법이다. 자신이 죽어서야 문화혁명의 대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던 마오쩌둥이나 당의 분열을 염려해 톈안먼 유혈진압을 지시한 덩샤오핑이 그 좋은 예다.

당대회 직후 새로 배포된 19대 당장은 시 총서기의 주요 사상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분투해야 할 행동지침이라고 못박고 있다. ‘중화민족’은 당 문건에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지만, 당장에서 위대한 부흥을 역설한 것은 이번 18차 수정안이 처음이다. 이미 당대회 개막 연설에서 시 총서기는 공산당의 역사적 임무로 이 표현을 제기했다.

다른 사회주의와 달리 중국 사회주의는 초기부터 유달리 중국적 특색의 불가피성과 민족주의적 사명감을 강조해왔는데, 이는 제국 열강의 침탈에 맞서야 했던 시대적 소명의식 때문이었다. 수정 당장이 ‘위대한 부흥’을 명시함으로써 중화주의는 이제 공세적인 입장에서 구심력을 발휘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시 총서기가 말했다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중국의 일부였던’ 한국으로선 불길한 파장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경제강국이란 바탕이 있어야 달성할 수 있다. 그것도 사회주의적 공유제 원칙이 밑바닥부터 관철되는 경제강국이다. 정부와 국유기업이 2인3각이 돼 선진국 일류기업의 경쟁력을 따라잡겠다는 청사진이다. 시 총서기는 당대회 보고에서 현대화 강국의 목표시한을 두 단계로 나눴는데, 이는 2년 전 자신이 주창한 ‘중국제조 2025’의 2단계(2035년), 3단계(2049년) 목표시한과 정확히 일치한다. 중국 공산당의 제조업 고도화는 일반적인 산업정책 범주를 넘어서는 ‘역사 복원 프로젝트’라는 점이 여기서도 분명해진다.

국책연구기관인 중국공정원은 2년 전 나라별 제조경쟁력을 평가하면서 자국을 미국 일본 독일에 이은 3그룹으로 분류했는데, 3그룹 내에서도 한국을 중국보다 아랫단에 놓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몇 가지를 빼면 배워야 할 한국의 경쟁대상이 거의 없다고 간파한 것이다.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가하면서도 자국 피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이 같은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중국 경제학자들은 그동안 “중국의 개혁개방이란 호기를 가장 잘 살린 파트너가 한국”이라고 치켜세워왔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까웠던 덕이 제일 컸다. 중국 산업경쟁력이 일취월장한 지금 호기는 위기로 바뀌었다. 시 총서기가 천명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한민족의 쇠퇴와 분열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신시대를 맞아 지도이념부터 손질하는 중국처럼 새로운 한·중 경쟁국면에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박래정 < LG경제연구원 베이징대표처 수석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