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자산시장 호조세는 계속 이어질까
코스피지수가 지난 10일 현재 지난해 말에 비해 26%가량 오른 2543을 기록했다. 주식시장 호조세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 다우지수가 올 들어 19.2% 오르는 등 선진국 지수가 14.4% 올랐으며 신흥국은 27.6%로 상승폭이 더 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고점인 2007년 7월에 비해서도 다우지수가 78% 올랐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67% 상승했다. 물가를 감안한 주가수익비율이 대공황과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직전 빼고는 가장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주가 상승이 과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금융시장이 위험하다는 경고는 흔치 않다. 지난 7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9월 유럽 증권시장감독청(ESMA) 등에서 “자산 가격과 관련된 취약성이 주목할 만하게 상승했다”고 평가한 정도다.

무엇보다 주가 수준의 고공행진이 세계 경제 호조세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연율 3%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유럽과 일본도 잠재성장률보다 훨씬 높은 2.5%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중국이 3분기 6.8% 성장하는 등 신흥국 성장세도 견조한 데다 신흥국 경제의 외부 충격에 대한 내성도 강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은 장기 금리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화로 인한 저축 증가 등으로 금리가 낮아져 주식 등 다른 자산에 대한 수요를 늘리게 된다. 경기 호조로 고용 사정이 개선돼도 글로벌화나 낮은 물가 기대 등의 요인으로 인해 물가가 오르지 않아 금리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가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주택, 채권 등 여타 자산 가격도 같이 올라 자산 가격 수준의 위험성이 덜해 보인다는 풀이도 있다. 영국의 시사경제지 이코노미스트 등의 시각으로, 1990년대 후반 IT 버블 당시에는 주가만 유독 크게 올랐고, 서브프라임위기 당시에는 주택 가격이 두드러지게 올라 주가와 주택 가격 버블에 대한 우려가 비등했지만 주요 자산 가격이 모두 오른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택 가격 역시 최근 5년간 호조를 보여 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글로벌 주택가격지수는 2012년 저점 대비 10%의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선진국의 렌트 대비 주택의 상대 가격이 장기 평균을 넘고 있다. 특히 신흥국은 위기 이전에 비해서도 15%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과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에서 신용스프레드가 서브프라임위기 이전 수준까지 하락하고 있다.

당장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주식을 비롯한 자산 가격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을 듯하다. 현재의 자산 가격 상승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금융완화에 힘입은 바 큰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긴축전환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여기에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그 어느 때보다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디지털 화폐가 투기적 수요로 가격이 급등했고 이라크, 우크라이나 등 취약국이 유로본드를 7% 수준에 발행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예기치 않게 지정학적 위기가 발발하거나 중국 등 신흥국 부채 문제가 터진다면 자산 가격이 빠르게 하락할 수도 있다. 유럽의 은행, 보험사 등 금융회사 부실이 표면화되거나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가 경고했듯이 ‘그림자 금융’ 시스템에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테슬라나 구글 등 기술주에 대한 혁신과 생산성 증가 기대가 일순간 실망감으로 변하거나, 일본의 국채시장에 대한 비관적 시각이 급격히 확산될 수도 있다. 경기 호전과 저금리 등으로 ‘이번엔 다르다’고 마냥 주장하기도 어려운 이유다.

신민영 < LG경제연구원·경제연구부문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