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이 엊그제 지났다. 이제 겨울의 문턱이다.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사계는 시간의 흐름과 맞물려 있어 늘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한자로 겨울은 冬(동)으로 적는 경우가 대표적이지만 별칭이 많다.

겨울은 방위로는 북(北), 오행(五行)으로는 물(水), 색깔로는 검은색(玄)이다. 모두 ‘추위’를 상징하는 개념이다. 다른 계절과 마찬가지로 겨울 또한 세 달로 상정한다. 그래서 초겨울을 맹동(孟冬), 다음을 중동(仲冬), 마지막을 계동(季冬)이라고 적는다.

맹중계(孟仲季)는 첫째, 둘째, 셋째를 가리키는 글자다. 겨울의 이 석 달을 함께 일컫는 말이 삼동(三冬)이며, 날로 계산한 90일의 겨울은 구동(九冬)이다. 추위가 닥쳐 지내기 쉽지 않은 겨울을 지칭할 때 자주 쓴다. 겨울에는 태양이 대개 북쪽에 머문다는 점을 들어 북륙(北陸)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안녕하세요~”의 안녕(安寧) 또한 겨울의 또 다른 이름이다. 엄혹한 추위가 덮친 대지의 뭇 생명들이 편하게 안정을 취하는 데서 비롯한 명칭이다.

색을 나타내는 玄(현)으로써 겨울을 표시하는 단어도 적지 않다. 우선 현서(玄序)다. 순서(順序)를 가리키는 서(序)는 여기서 ‘계절’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좋다. 아예 겨울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현동(玄冬)이라고 적는 경우도 있다. 겨울은 추워서 현음(玄陰)이라고도 적는다.

동천(冬天)은 ‘겨울 하늘’ 또는 ‘겨울날’ 둘을 모두 지칭한다. 한천(寒天)도 마찬가지의 흐름이다. 추운 계절이라고 해서 한절(寒節)로도 적는다. 마지막 계절이라고 해서 궁천(窮天) 또는 궁절(窮節)로도 표기한다.

수구(數九)라는 단어가 있다. 겨울 90일을 아홉으로 나눠 세는 행위다. 열 번 세면 겨울의 끝이다. 아홉 번을 세면 81일이다. 그때쯤이면 매화가 꽃을 올리며 봄을 알린다고 한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환경에 놓인 대한민국도 어느덧 겨울을 맞았다. 아홉을 아홉 번 세면 바라던 꽃은 제대로 피어날까.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