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4차 산업혁명 핵심은 '인력 4.0'이다
지난 20년간 개발과 환경의 조화(ESSD·지속 가능한 개발) 문제가 회자됐다면 앞으로는 ‘기술 개발과 인간의 공존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등장할 것 같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함에 따라 실업 확대와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복지 재원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반면 세율을 인상하거나 로봇 등을 대상으로 과세 대상을 확대하지 않으면 세수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또 사물인터넷(IoT) 환경이 되면 산업별로 기술표준을 둘러싼 특허 분쟁도 대폭 늘어날 것이다.

기술 개발은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 소득 창출과 삶의 질을 개선해 준다. 한발 앞선 개발을 통해 기반특허와 플랫폼을 확보해야 경쟁력을 잃지 않는다. 기술 개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에 따른 환경 파괴나 일자리 문제도 중요하다. 환경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외부 자산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도 선뜻 나서서 규제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AI처럼 사람의 일자리를 당장 빼앗는다면 대응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정부로서는 기술 개발 인력양성뿐만 아니라 일자리가 없어지는 기존 취업인력의 재교육도 추진해야 한다.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20년 이내에 50% 이상의 일자리가 소멸되고, 일자리가 고도전문직과 단순사무직으로 양분된다고 보고했다. 최근 가트너보고서는 2019년까지는 없어지는 일자리가 많지만 2020년부터는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여하튼 일자리가 양극화된다는 점은 두 보고서의 공통된 견해다. 앞으로는 혁신기술을 디자인하고 플랫폼을 개발해서 IoT를 연결시키는 디지털 핵심인재(digital talents)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수학 통계학 소프트웨어 등 학교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필자는 직장인들의 재교육이 학교 교육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본다. 새로운 일자리에 적응하는 교육이 없으면 없어지는 일자리에서는 실업이 양산되고 새로운 일자리는 구인난에 빠지기 때문이다. 과거 1~3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차나 전기 발명, 컴퓨터, 인터넷 등과 같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진화적 기술이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따라잡기가 비교적 쉬웠다. 그런데도 기술을 빨리 따라잡지 못한 계층은 많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이와 달리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눈에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일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는 파괴적 기술이기 때문에 학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소프트웨어는 개발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서 생산인력 수요는 오히려 줄어든다. 또 현장의 기술 혁신 속도가 학교에서의 기술 교육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재교육이 더욱 요구된다.

지난달 중순 광주광역시에서 ‘미래를 위한 기술’을 주제로 열린 한독학술공동회의에서 독일연방직업교육원의 프리드리히 후베르트 에서 원장은 “독일 중소기업들은 저출산, 고령화와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더스트리 4.0’으로 높은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이들의 극복능력 함양이 독일 산업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보다 업그레이드된 네트워크형 직업교육, 매월 새로 생기는 10~15개 직업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요건 마련, 자격증 개발, 업무 요건에 맞는 직업교육을 패키지로 한다.

의료기기 전문 제조업체인 지멘스는 인더스트리 4.0 프로젝트 일환으로 제조공장을 모두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하고 소프트웨어 공급 업무를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발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를 감축하지 않고도 생산성을 여덟 배나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근로자와의 소통과 재교육을 통해 역량을 발전시킨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직업교육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능력 있는 교사 확보다. 로봇 개발은 몇 명이면 되지만 로봇 관리 인력은 수백~수천 명에 달해 교육 수요가 많다. 반면에 능력 있는 교사는 보수가 높은 직장으로 헤드헌팅을 당하기 일쑤다. 에서 원장은 “정보기술(IT)은 고위직이 모르면 직원들을 이끌 수 없으므로 고위관리자 교육이 중요하다”며 “인더스트리 4.0은 ‘사람’ 훈련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결론을 맺었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사람과 기업이 함께 성장해야 기업 가치와 사람 가치가 동시에 올라간다. 미래를 향한 직업훈련이 필수다.

노대래 < 법무법인 세종 고문 ·전 공정거래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