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통 겪는 일자리 해법…노동계가 양보해야 할 세 가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노동계를 청와대로 초청했지만, 민주노총이 불참해 ‘반쪽 행사’가 되고 말았다. 민주노총은 “청와대의 일방적 진행”이라며 대화와 만찬을 보이콧했다. 노사정 대화의 첫 단추를 끼워, 일자리 해법을 모색하려던 문 대통령의 실망이 클 것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노동계와의 ‘사회적 대화’에 공을 들여왔다. 일자리 창출에는 기업뿐 아니라 노동계 협조가 필수다. 정부가 ‘편향적’이란 비판을 감수하며 양대 지침 폐기, 최저임금 인상 등 친(親)노동 정책으로 일관해온 이유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노조를 이해하는 정부에조차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적폐’로 규정했다. 답답할 따름이다.

그러는 동안 고용사정은 악화일로다. 지난달 청년 체감실업률이 21.5%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실업 대책은 ‘백약이 무효’일 정도다. 임금 격차는 더 벌어져, 대기업 정규직이 100이면 중소기업의 정규직은 52.7, 비정규직은 37.4에 불과하다. 노동시장이 카스트화하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공기업 노조 등 노동시장 최상층부로 구성된 양대 노총의 양보와 배려 외에 달리 해법이 없다.

노동계도 희망 잃은 청년과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한다. 그런 의지가 있다면 다음 세 가지는 반드시 양보해야 한다. 우선 고용유연화를 못 받아들이겠다면 임금유연화라도 수용할 것을 제안한다. 연공서열식 호봉제만 고집해선 정규직 기득권만 강화할 뿐이다. 기업이 지급할 수 있는 연간 임금재원은 한정돼 있다. 그 배분 방식을 노동계가 제시해 보라. 이는 노·사 아닌 노·노의 문제다.

둘째 비정규직 해법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이란 전제 아래 다양한 근로형태를 수용해야 한다. 비정규직 고용 불안은 기업이 감당키 어려운 정규직화로 풀리지 않는다. 연내 전원 정규직화를 선언한 인천공항공사도 다시 아웃소싱을 늘리는 판국이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직업의 종말’까지 공공연히 거론된다. 근로형태 다양화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모두가 적응해 가야 할 조류다.

셋째 신규 채용에 한해 개별 근로계약 체결을 허용해야 한다. 노동시장 밖에는 낮은 연봉으로도 일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줄을 서 있다. 공무원연금이 공무원 채용 시기별로 다르듯이, 노동계가 차등 근로계약을 수용해야 ‘취업절벽’의 청년들에게 한가닥 희망을 줄 수 있다.

문제의 근본을 직시하고 해법을 찾아 머리를 맞대야만 한다. 열쇠는 노동계가 쥐고 있다. 계속 문제를 외면한다면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다. 상층 노동자만을 위한 노동단체인지, 아니면 비정규직, 실업자, 취업준비생까지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고용·노동 문제 대변자인지 스스로 자리매김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노동계는 진정성을 보여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