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토론토와 몬트리올의 변신
올해는 캐나다 건국 150주년이다. 캐나다 연방이 출범하기 전 가장 큰 고민은 수도를 어디로 정하느냐였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계 인구가 많은 몬트리올과 영국계가 많은 토론토를 놓고 옥신각신했다. 두 도시의 자존심 싸움은 치열했다. 결국 두 곳의 중간 지점에 있는 작은 마을 오타와가 수도로 낙점됐다.

두 도시의 경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토론토는 캐나다 최대 도시이자 경제수도다. ‘물 속의 숲’이라는 원주민들의 지명처럼 온타리오 호수를 끼고 있는 항구도시이기도 하다. 미국 독립전쟁 이후인 18세기 말 10만 명의 영어권 왕당파가 미국에서 이주하며 도시로 성장했다.

20세기 초반 이민자들과 자본이 몰리자 금융·서비스업이 발달했다. 1990년대 이후 몰락한 미국 디트로이트의 자동차산업이 이곳의 낮은 세율과 인건비를 따라 옮겨오면서 제조업까지 활발해졌다.

몬트리올은 캐나다 제2도시이자 퀘벡주의 최대 도시다. 프랑스인이 정착한 게 1642년이었으니 역사가 375년이나 된다. 인구는 170여만 명. 파리 다음으로 큰 불어권 도시다. 한동안 제1도시였으나 산업 재편과 퀘벡주 분리 운동 과정에서 토론토에 1위를 내줬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적자로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한 아픔도 겪었다. 우리에겐 정부 수립 후 첫 금메달인 양정모의 레슬링 쾌거로 기억되는 곳이다. 프로야구 열기도 대단해서 토론토보다 먼저 메이저리그팀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를 창단했다.

이렇게 부침을 거듭하며 경쟁해 온 두 도시가 요즘 첨단 산업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토론토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과 손잡고 ‘스마트 시티’ 건설에 착수했다. 자율주행 셔틀버스와 지하로 화물을 나르는 로봇 등 21세기형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몬트리올도 뒤질세라 페이스북과 프랑스의 다국적 보안기업인 탈레스의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유치했다.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연구소도 설립했다. 연구기관과 우수 인재가 많고 임금이 미국보다 30% 싸다는 장점을 내세워 ‘AI 허브’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두 도시를 잇는 540㎞ 구간은 가을마다 단풍숲길로 변한다. 미래를 향한 두 도시의 변신 노력도 붉게 물든 ‘메이플 로드’의 가을 풍경처럼 아름다워 보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