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만물이 인공지능을 입는다

이병태 < KAIST 경영대 교수 >
[이병태의 '경영과 기술'] 오감 갖춘 AI가 사물을 재창조한다

인공지능(AI)이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한 향상된 예측력으로 새로운 지식을 탐색하고,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경영 현장에 부여하리라는 기대가 크지만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지 못하리라는 비관론도 양립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단순한’ 인공지능은 매우 광범위하게 발전하고 있다.

한 예가 주차장이다. 얼마 전까지 주차장에 들어갈 때 우리는 버튼을 누르고 주차권을 받고, 그 주차권을 고이 보관했다가 나올 때 제출하고 정산해야 했다. 지금 많은 주차장이 더 이상 이런 번거로운 종이 주차권을 강요하지 않는다. 주차장 입구의 카메라가 자동차의 번호판을 자동 인식하고 저장했다가 출차 시 차량을 인식해 정산한다. 이는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 기능’ 중 시각지능, 즉 인간의 눈의 기능을 대신하는 지능이다.

[이병태의 '경영과 기술'] 오감 갖춘 AI가 사물을 재창조한다

또 최근 들어 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가 급속도로 확산되며 핫 아이템이 되고 있다. 아마존의 ‘아마존 에코(Amazon Echo)’ 성공으로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회사는 모두 경쟁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목소리를 알아듣는 스마트 스피커는 연간 130% 성장하고 있다. 목소리를 알아듣는 인공지능은 스마트폰의 기능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애플의 ‘시리’, 삼성 갤럭시폰의 ‘빅스비’가 대표적이다. 이런 기능으로 우리는 운전 중 위험하게 화면을 조작하는 게 아니라 말로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작동할 수 있다.

이런 개인들의 디지털 조수(digital assistants) 또한 그래프에서 보듯이 연간 25%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국내 업체들도 내비게이터에 이 기능을 결합해 훨씬 안전하게 운전 중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인간·사물 인터페이스 획기적 개선

아마존 에코를 사용하는 고객은 이를 도입하기 이전보다 아마존에서 9% 정도 더 물건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스마트 스피커들 또한 음원 서비스를 결합해 콘텐츠를 구매하는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한 햄버거 업체는 TV 광고에 집 안에 있는 스마트 스피커에 자사 햄버거 광고를 웹에서 찾아서 읽어주도록 하는 꼼수를 쓰는 새로운 광고기법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런 사례는 모두 언어지능, 즉 자연어 처리 기능과 인터넷 정보가 결합한 것이다. 인간의 귀와 입을 대신하고 있다. 즉 인간의 언어지능과 음악지능의 일부가 인공지능화한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 뇌의 전체 기능을 복제하거나 초월하는 인공지능 대신 인간의 감각 기능 일부를 인공지능화하는 파편화된 지능이 우리 삶 속에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앞에서 열거한 카메라에 의한 시각 정보나 목소리를 인지하는 언어지능, 인간의 몸동작을 인식하는 시각지능 등은 지능 자체보다 인간과 사물의 인터페이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낮은 단계의 부분적인 지능이 예측력을 향상하려는 ‘초지능’보다 상업적으로 더 가능성이 높고 사회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만물에 인간의 감각기능을 대신하는 인공지능을 입혀서 다시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 확장된 상품 재구매할 것

조만간 우리는 리모컨이 없는 인공지능 TV를 살 것이다. 목소리와 몸동작을 인식하는 TV는 TV의 기능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 지금의 TV는 실시간 방송에서 상거래를 할 수 없다. 드라마를 시청하다가 여주인공의 핸드백을 사고 싶어도 지금의 리모컨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말로 “TV”라고 명령하고 그 화면이 내 스마트폰의 화면으로 옮겨온다면 우리는 핸드백의 정보를 검색하고 주문할 수 있게 돼 오래전부터 꿈꿔온 ‘TV커머스’를 실현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감각적 인공지능을 거의 모든 기계에 결합해 재창조하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에어컨이 주인이 소파 어디에 앉아 있는지를 감지해 그 쪽으로 바람을 몰아주고, 주인이 원하는 습도와 온도를 기억했다가 자동으로 켜지고 꺼지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게 인간과 만물이 대화하는 방식의 인공지능은 우리 가까이 와 있다. 우리가 TV를 더 좋은 기능이 나올 때마다 새로 구매하듯이 이런 인간의 게으른 습성에 부응하는 인공지능의 감각을 갖춘 상품은 구매자가 다시 구매하게 된다. 이것이 우리 가까이 와 있는 인공지능이자 우리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쉬운 기술이다.

이병태 < KAIST 경영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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