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아 박병원 회장을 만났다. 한국노총이 지난해 초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선언한 점을 상기하면 한국노총·경총 수장 간 만남은 그 자체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한국노총을 방문해 노사정위 복귀를 설득한 데 이어 한국노총·경총 간 대화가 오갔다는 점에서 일련의 흐름이 노사정위 정상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사회적 대화 복원 가능성은 두 단체 수장 간 대화에서도 엿보인다. 김 위원장이 “두 단체의 목표는 같다. 가는 길이 다를 뿐”이라고 말하자, 박 회장이 “목표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자는 것이다. 가는 길도 다르다기보다 방법과 속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화답했다. 현 정부 출범 직후 비정규직 정책의 성급함을 지적한 바 있는 김영배 경총 부회장도 “두 단체는 서로 인정하며 문제를 해결했다”고 거들었다.

물론 노사정위 정상화를 말하기엔 아직 일러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사회적 대타협을 제안했지만 저마다 해석이 다른 점이 이를 말해준다. 1999년 노사정위를 탈퇴한 민주노총은 말할 것도 없지만 한국노총만 해도 노사정위 복귀엔 선결 요건이 있다는 입장이다.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양대지침 공식 폐기, 비정규직 해결 등 정부가 먼저 여건을 조성하라는 요구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말하는 선결조건은 노사정위에서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할 문제들이다. 그렇지 않으면 김대중 정부 이래 20년간 겉돌고 파행을 거듭해 온 노사정위를 벗어나기 어렵다. 독일에서 기민당의 메르켈이 누리는 고용시장 호황이 2003년 독일 사민당의 슈뢰더가 주도한 ‘하르츠 개혁(노·사·정 대타협)’의 결과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노·사·정 모두 승자가 아닌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한다는 목표가 같고 단지 방법과 속도의 차이라면 노·사·정 대화 테이블에 앉지 못할 이유가 없다.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조차 “한국 노동계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라”고 따끔한 조언을 던지지 않았나. 한국노총·경총 간 대화 분위기가 한국판 하르츠 개혁으로 가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