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금융 계열사를 두 곳 이상 가진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통합금융감독 시스템’을 새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한경 9월18일자 A1, 3면). 보험 카드 증권 등 금융권역별로 나눠져 있는 재무건전성 감독을 같은 계열 내 회사로 확대해 정밀 감시하겠다는 취지다.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 강화는 물론 중요하다. 자본 구성과 지배구조부터 자산운용에 이르기까지 행정규제망이 어떤 분야보다 촘촘한 이유다. 1997년 말 외환위기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험은 건전한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그럼에도 새 감독 시스템은 몇 가지 큰 문제점을 지적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금융권역별 감독체계에 계열별 연결 재무상황까지 감시한다면 과잉규제가 될 소지가 있다. 새 제도가 겨냥하는 금융회사들은 대부분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감독도 받고 있다. ‘옥상옥 감독’ ‘이중삼중 규제’라는 비판이 금융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시행하기도 전에 특정 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벌써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이 편중 논리로 먼저 매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법이든 행정규제든 ‘타깃 지향형’ ‘보복 응징형’이 아니라 보편성에 입각할 때 정당성을 갖게 된다.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도 검토됐지만 실(失)이 많아 결국 보류됐던 방안이다. 중복규제 문제만이 아니었다. 재무건전성 감독방향에 따라 금융회사가 가진 계열사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면 해당 기업의 지배구조가 흔들리며, 국제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삼성생명의 보유주식 가치를 취득 원가가 아니라 시세로 반영하도록 감독규정을 바꾸라고 압박해 왔는데, 이것으로도 삼성전자 지분 8.13%의 향방이 왔다갔다할 정도다.

미국에서는 은행의 투자 위험과 대형화를 막기 위해 버락 오바마 정부 때 도입한 ‘볼커 룰’을 완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 핀테크 가속화 등으로 우리도 금융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고급 일자리도 생긴다. 금융당국은 리스크 예방 차원이라겠지만 대외적으로 ‘규제리스크’를 키우는 건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