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먹방'을 통해 본 한국인의 먹성
TV에서 방영 중인 ‘먹방(먹는 방송)’ 가운데 대표적 장수 프로그램인 ‘OOO 녀석들’은 개그맨 네 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왕성한 식성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필자 회사 계열의 채널에서 장기간 방송한 덕분에 필자는 시청률 데이터를 통해 한국인의 먹성에 관한 자화상을 엿볼 수 있었다.

네 명이 고등어 김치찜 8인분을 시켜놓고 18인분 밥솥을 순식간에 비워 버린다거나, 세 명이 한우 생갈비 18인분 78만원치를 주머니 생각 않고 게 눈 감추듯 해치우는 등 일반인이 따라 하기에는 버겁고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의 시청률이 높은 것을 보면, 이런 과식 장면이 오히려 보는 이의 마음에 포만감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단순히 맛있는 식당과 음식을 소개하는 차원을 벗어나 우리가 흔히 접하는 다양한 음식의 조합으로 어떻게 먹어야 더 맛있게 먹는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 게 시청자의 관심을 받고 롱런한 요인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외국에서 들어온 희귀한 메뉴를 소개하거나 값비싼 음식을 보여주는 방송 시청률이 낮고, 된장찌개 돼지김치찜 컵라면 떡볶이 튀김 등 간편한 일상 음식을 다룬 방송 시청률이 높다는 점은 흥미롭다. 한국인은 역시 고유의 토종 음식을 선호한다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연령대별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나이에 따라 음식 선호도에 차이가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대는 주로 지하철역과 대학가 등 젊음의 거리에서 유행하는 퓨전 음식과 변형된 중국 음식, 일본 음식, 서구 음식 등 한국인 입맛에 맞게 변형된 메뉴에 관심이 많았다. 30대는 20대의 호기심을 유지한 채 길거리 음식이나 굴비, 백숙, 냉면 등 계절 메뉴에도 관심이 많았다. 반면 40대 이상으로 가면 점차 한국인 고유 메뉴인 김치찌개, 갈비찜, 해장국 등 부모 세대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혼밥(혼자 밥 먹기)’ 문화를 다룬 소재에도 관심이 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라 1인 가구가 다인 가구를 추월할 날이 머지않은 상황에서 ‘혼밥러’를 찾아가 같이 식사하고 이들을 위로하는 장면은 우리 일상을 돌아보게 해 점차 더 인기를 끌 분위기다.

먹방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을 통해 한국인의 먹성을 살펴보면 서구화와 바쁜 생활 속에서 서구 음식과 혼밥이 늘고,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지만 역시 한국인은 밥에 된장찌개가 나오는 전통 우리 밥상에 위로받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전용주 < 딜라이브 대표 yjeon@dliv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