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시사한자] 위기 (危機)
한반도가 전쟁의 위기에 휩싸여 있다. 평온을 뒤집는 危機(위기)는 미리 알아 피하는 게 상책이다. 앞 글자 ‘危(위)’는 사람이 높은 벼랑 같은 곳에 올라앉아 있는 모습이다. 매우 위태롭다. 다음 글자 ‘機(기)’는 화살을 멀리 쏘는 석궁, 즉 예전의 쇠뇌인 弩(노)의 방아쇠 뭉치다.

한 번 쏘면 화살은 멀리 날아가 사라진다. 방아쇠를 가리키는 機(기)는 그로써 다음 상황으로 번지는 길목, 요소, 계기 등을 의미한다. 따라서 ‘위기’는 위험한 상황이 번질 수 있는 때다. 그런 요소가 집중하는 경우를 그래서 우리는 機會(기회)라고 한다.

한자 세계에서는 위기를 그려내는 형용이 퍽 발달했다. 눈썹이 타는 절박한 상황을 燃眉(연미)라고 적었다. 계란이 쌓여 곧 무너져 깨지는 상황을 累卵(누란)으로 표현했다. 적군이 성 앞에 도착한 때는 兵臨城下(병림성하)다. 자칫 잘못하면 다 죽을 수 있는 위기다.

池魚(지어)는 성문 앞 垓子(해자)에 사는 물고기다. 성문에 불이 나면 해자의 물이 바닥난다. 불을 끄기 위해서다. 따라서 언제라도 외부 요인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釜中之魚(부중지어)는 작은 솥단지에 든 물고기다. 곧 죽을 목숨이다. 幕燕(막연)이라는 단어도 있다. 장막 위에 집을 만든 제비다. 흔들려 곧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그 무엇의 표현이다. 둘을 함께 적는 池魚幕燕(지어막연)은 어엿한 성어다.

如履薄氷(여리박빙)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비슷한 맥락으로는 深淵薄氷(심연박빙)이 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은 물을 건너야 하는 처지, 살얼음을 밟고 있는 상황을 가리킨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경우는 進退維谷(진퇴유곡)이다. 건드리면 곧 폭발하는 상황은 一觸卽發(일촉즉발), 즉 매우 위험한 상황을 형용한다. 북핵은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고, 경제 사정은 장막 위에 집 지은 제비의 경우다. 매우 불안하고 어려운 상황인데 한국인 다수는 참 무감하다. 이 점이 정말 위기를 키우는 요인일지 모른다.

유광종 <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