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발표한 산란계(産卵鷄) 사육 농장 검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 63곳의 계란에서 피프로닐 등 살충제가 검출된 것이다. 몸에 더 좋을 것이란 생각에 비싼 값을 치르고 친환경 제품을 사먹은 소비자들은 되레 건강을 해친 꼴이 됐다.

이번 사태로 허술하게 운영돼 온 ‘친환경 인증제’의 민낯이 드러났다. 정부는 지난 6월 친환경 농산물 인증 업무를 민간에 이양했다. 64개 민간업체가 수익을 내기 위해 수주전을 벌이는 방식이어서 부실 인증이 속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산란계 농가 1454곳 중 54%인 780곳이 친환경 인증을 받았을 정도다. 정부는 국민 먹거리 안전을 민간에 맡겨 놓고는 제대로 감독도 하지 않았다.

구멍 뚫린 친환경 인증제도 운영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부실 인증업체는 업무 정지에 그칠 게 아니라 퇴출과 형사 고발하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친환경 식품에 대한 부실인증이 근절되지 않으면 소비자 신뢰가 무너져 그 여파로 관련 산업도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참에 인증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각종 인증제가 남발돼 기업 부담이 증가하고 사후 관리도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정부가 운영 중인 인증만도 2005년 70개에서 작년 말 170개로 증가했다. 식품안전관리인증 등 국민 안전과 관련된 ‘의무 인증’은 차치하더라도, 인증의 5분의 3을 차지하는 ‘임의 인증’은 기업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규제로 꼽힌 지 오래다. 유사·중복 인증이 많은 데다 사후 관리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고효율제품인증 등의 임의 인증은 강제성은 없지만 이를 취득하지 않으면 공공조달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 기업엔 사실상 의무 인증과 다를 바 없다. 기업들은 비슷한 인증을 중복해서 받고, 매년 수천만원을 내고 있다. 중복·과다 인증은 감사원 감사 때마다 적발되지만 나아질 기미는 별로 없다. 정부가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조만간 친환경 인증제도 개선방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인증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