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가 “네이버를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시킬 경우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분류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수가 있고 없고’를 왜 공정위로부터 ‘인증’ 받아야만 하는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기업을 한다는 게 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은 지난해 새로이 자산 5조원을 넘긴 기업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으로 인해 받게 될 온갖 규제 부담이 문제가 되면서 나온 개념이다. 그 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5조원 이상은 ‘준(準)대기업’인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분류해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작년 자산 기준으로 5조원에 약간 못 미쳤지만 다음달 공시대상 기업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 네이버로선 적잖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준대기업’으로 분류돼도 규제가 주는 압박감은 적지 않다. 네이버가 공시대상 집단에 포함되고 이 전 의장이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실질적인 오너로서 앞으로 허위자료 제출 등 회사 잘못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네이버는 규제 때문이 아니라지만, 창업주가 명확함에도 굳이 동일인을 ‘개인’이 아니라 ‘네이버 법인’으로 해달라는 다른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기도 어렵다.

공정위는 이미 포스코, KT 등 민영화한 옛 공기업이나 대우조선 등 채권단이 최대주주인 회사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휘둘리는 주인 없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네이버가 그런 회사를 원할 리 없다. 그보다는 “‘재벌 총수’란 이름에서 오는 이미지 타격이 가장 우려된다”는 네이버의 설명에 주목하게 된다.

네이버는 벤처로 시작해 지금에 이른 기업이다. 어쩌다 이 땅에선 그런 창업자조차 이미지를 걱정해 기업의 주인이기를 마다하는 지경이 된 것인가. 온갖 규제가 널린 환경에서 무한책임을 져야 하고, 권력이 손보겠다고 마음먹으면 무슨 명목에서라도 기어이 잡아넣고 마는 자리여서 그렇다면 서글픈 일이다. 이런 식이면 누가 대기업을 꿈꾸며 창업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