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이 발생하던 기술 유출 사건이 아예 일상화되는 양상이다. 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센터에 따르면 최근 4개월(4~7월)간 적발된 산업기술 유출이 60건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54% 급증한 규모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급기술 유출이 다수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은나노와이어 제조기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증착기술 등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특급기술의 유출 시도가 연이어 적발됐다는 건 예사롭지 않다. 특히 OLED 증착기술은 중국 업체로 넘어갈 뻔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하다. 중국은 반도체 등 한국 첨단제조업의 기술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중국이 투자한 국내 기업마저 기술 유출 통로로 의심받을 정도다.

문제는 기술 유출이 개별 기업의 생존 차원을 넘어 한 나라의 산업 흥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특히 제조업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게 역사적 경험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불공정행위 조사를 주문한 배경도 그렇다. 그나마 남아 있는 미국 첨단기술마저 중국이 제조업을 고도화하겠다는 ‘중국 제조 2025’계획에 부당하게 빼돌려지는 걸 좌시하지 않겠다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 유출 급증은 한국 제조업이 위험하다는 신호다. 일각에서는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의 실효성을 높이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법만 갖고는 한계가 있다. 미국 일본도 경제스파이, 산업스파이를 잡겠다고 관련 법을 제정하거나 강화했지만 기업의 대응 또한 그에 못지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5년간 기술 유출 피해를 입은 국내 기업의 81.4%가 퇴직자, 평사원, 임원 순의 내부 직원 소행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핵심기술에 대한 보안 강화와 더불어 인력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기술이 다 유출된 뒤에 호들갑을 떨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