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정세가 엄중한 상황을 맞으면서 군(軍)의 존재와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에서 복귀하자마자 가장 먼저 챙긴 것도 ‘물샐틈없는 방위태세’였다. 문 대통령은 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우리 군은 북한의 어떤 도발도 물리칠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군에 신뢰를 보냈다.

이런 군이 요즘 불미스러운 사건에 말려들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이른바 ‘갑질’ 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언급했듯, ‘공관병 갑질 사건’은 많은 국민에게 충격과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확한 실태조사와 함께 엄정한 조치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군 전체가 ‘갑질 병영’으로 낙인 찍히거나 폄하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군 조직이 방대하다 보니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때마다 사태를 침소봉대하고 군을 매도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 사병 폭력 사건과 방위산업 비리 등과 같은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군은 심각한 내상을 입었다. 군이 관심과 애정, 격려의 대상이 아니라 ‘문제집단’으로 지목되면서 군 전체가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군이 이런 상처를 추스르고 사기를 회복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 군은 1950년 북한의 남침에 맞서 목숨으로 나라를 지켜냈다. 또 폐허의 국토를 다시 일으켜 비약적인 경제발전과 선진국가 건설을 이끈 주역이었다는 사실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레바논 동티모르 등 세계 분쟁지역에 유엔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파병돼 ‘군사 한류’를 일으키는 등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전쟁 참전을 통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기도 했다.

지금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발사와 핵 개발로 대한민국 안보가 벼랑 끝으로 몰려 있다. 군은 사기를 먹고 산다. 군에 대한 국민의 따뜻한 시선과 성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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