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의 1차 간담회에 참석한 오뚜기가 연일 화제다. 문 대통령은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요즘 젊은 사람들이 ‘갓(god)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며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어 “고용, 상속, 사회공헌 등 착한 기업 이미지가 ‘갓뚜기’를 만들어낸 것 같다”며 “정부 경제정책에 잘 부합하는 모델기업 같은데 나중에 노하우도 함께 말씀해 달라”고 했다. 대통령도 ‘갓뚜기’를 공인한 셈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오뚜기가 ‘착한 기업’의 대명사다. 라면값 동결, 1500억원대 상속세 납부, 비정규직 미미(1.16%) 등에 기인한다. 청와대도 이 점을 감안해 초청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모범적인 기업문화를 가진 오뚜기를 초청한 것은 모범적 회동”이라며 칭찬 대열에 가세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까지 ‘갓뚜기’로 치켜세운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의 오뚜기는 ‘파고 파도 미담(美談)만 나오는’ 기업이 아니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몸담았던 경제개혁연대는 오뚜기의 일감몰아주기, 상호출자 등 문제점을 비판하고 있다. 계열사인 오뚜기라면은 총수(지분율 35.6%)가 최대주주인데 매출의 99%를 모기업(오뚜기)에서 올린다. ‘오뚜기→오뚜기라면→오뚜기물류→오뚜기’의 순환출자 고리도 존재한다. 대기업 같았으면 진작에 규제 대상이다.

오뚜기가 라면값을 안 올린 것도 점유율 확대 전략이지 ‘착해서’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신제품은 출시 전 가격을 높여 경쟁사들과 별 차이도 없다. 비정규직이 미미한 것도 안전·위생을 중시하는 식품업계의 전반적 특징이다. 오뚜기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함영준 회장이 “고맙지만 부담스럽다”고 답한 이유일 것이다.

기업은 자선단체나 공익기관이 아니다. 이윤을 내 더 많은 고용과 납세로 사회에 공헌하는 게 기업의 역할이다. 값싸고 질 좋은 제품으로 후생수준을 높이고 소비자 지갑을 노리는 기업이야말로 ‘좋은 기업’으로 불릴 자격이 있다. 기업을 선악과 도덕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모두가 지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