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일자리 늘리기, 투자동기 부여가 정답
일자리는 생활 기반이 될 뿐 아니라 자아 실현 수단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일자리 부족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성장세가 약화돼 온 데다 성장의 일자리 창출력도 급속히 줄어들었다. 새 정부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청와대에 일자리 전광판을 만드는 등 일자리를 그 무엇보다 강조하는 이유다. 여기에 최근 일자리위원회가 자산 규모나 매출이 아니라 임직원 수 기준으로 10대 기업을 선정해 간담회를 열었다. 새 기준에 따라 몇몇 수출 대기업이 빠지고 3개의 유통과 통신 등 내수서비스기업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일자리 창출에 더 노력해 달라는 일자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런 일자리 일변도 정책이 자칫 의도치 않은 시그널을 줄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라는 하나의 잣대로 기업을 평가하면 기업들이 새로운 기준에 따라 행동을 바꾸게 될 것이다. 또한 알게 모르게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하고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 투자를 늘리는 등 개별 기업 차원의 합리적 선택이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기업은 근로자에게 임금을 제공해 가정 생활을 가능하게 하고, 세금을 납부해 나라 살림을 유지하게 하고, 이윤을 남겨 투자함으로써 장기적인 먹거리를 마련해 사회에 기여한다.

다시 말하면 기업의 부가가치는 인건비와 세금, 세후 이익 등의 형태로 나뉘어질 수 있다. 그런데 기업의 부가가치 구조는 생산하는 제품의 종류나 생산 방식에 따라 다르다. 제조업보다는 내수·서비스업, 특히 도소매나 음식숙박 등 전통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당 고용이 많다. 제조업 가운데서도 장치 산업보다는 섬유, 신발, 일부 전자제품 등 노동집약 산업에서 인건비 비중이 높다.

기업 내 일자리 의미도 다를 수 있다. 전통 서비스 위주의 내수 기업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 경제 내 일자리의 순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업 일자리의 단순한 이동인 경우가 많다. 포화 상태인 내수 시장에서 획기적인 사업 모델 기반의 비즈니스가 아니라면 한 기업의 일자리는 잠재적으로 경쟁 기업의 일자리일 수도 있고 때로는 골목상권 일자리일 수도 있다. 반면 수출 제조업 일자리는 극심한 국제 경쟁을 이겨내고 새로 창출된 일자리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내수 서비스산업은 수익성을 높이기 어려워 당장은 고용을 통한 기여도가 높다 해도 기업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은 떨어진다.

예컨대 국제 유가나 금리가 급등하는 등의 영업환경 악화 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투자를 포기하거나, 근로자를 감원하거나, 극단적으로는 생존 문제로 연결되는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일자리 위주 정책이 내수 부문을 장려해 수출 위주의 한국경제 구조를 개선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만 의미 있는 내수 주도 경제는 도소매나 음식숙박과 같은 전통 서비스가 아니라 청년들이 취업하기 원하는 금융, 보건의료, 정보기술(IT)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일 것이다.

새 정부가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다. 소방이나 우편, 안전, 환경 등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해 공무원을 증원하는 것에 이의를 달기 어렵다. 그렇지만 민간 기업은 단순히 일자리 규모보다는 전체 부가가치의 합 등 균형 잡힌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나라 경제의 중장기적인 성장발전과도 합치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위주로 본다 해도 동종 업계와 비교한 고용 창출 능력을 따지는 등 산업별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일자리 수뿐만 아니라 ‘좋은 일자리’ 수를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일자리 정책의 초점은 새 정부가 지향하는 중소기업이나 벤처 등의 창업 활성화를 꾀하는 동시에 대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결과적으로 고용을 늘리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기본적인 접근 방식이 돼야 할 것이다.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