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건 온통 파란색 넥타이뿐
G20에서 빨간 넥타이 맨 대통령

하영춘 부국장 hayoung@hankyung.com
[하영춘의 이슈프리즘] 왜 파란색 넥타이 일색일까

대부분 파란색이거나 줄무늬다. 빨간색은 도통 찾아보기 힘들다. 각종 행사나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의 넥타이 색깔이 그렇다. 정부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행사는 말할 것도 없다. 순수 학술행사나 동문 모임에서조차 빨간색 넥타이를 맨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최순실 사태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빨간 넥타이가 대세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대표 시절 당의 상징 색깔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꿨다. 이를 계기로 빨간색은 한나라당과 박 전 대통령의 상징색이 됐다.

보이는건 온통 파란색 넥타이뿐

최순실 사태가 터지고 조기 대선을 거치면서 확 달라졌다. 빨간색은 곧 적폐로 여겨졌다. 대신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넥타이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즐겨 맨 줄무늬 넥타이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아무 생각 없이 빨간색 넥타이를 맸다가 “눈치 없다”고 면박당한 사람도 상당수다. 새 정부 출범 두 달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각종 모임이나 행사에서 빨간색 넥타이를 맨 사람은 드물다. 여전히 빨간색을 붙들고 발버둥치는 한국당 지지자만큼이나 소수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파란색 넥타이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 빨간색 넥타이는 물론이거니와 초록색 노란색 등 다른 색깔의 넥타이도 뒷전으로 밀린 듯한 모습이다.

장관이나 장관 후보자 17명 중 15명을 대선 캠프 출신 등으로 채운 것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일자리위원회를 가동하거나, 탈(脫)원전과 탈화력발전을 선언하거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늦추거나, 최저임금 인상 등을 숨가쁘게 밀어붙이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이를 공약으로 내세워 정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못내 아쉬운 건 그 과정과 절차다. 장관 후보자를 지명해 놓고선 무조건 임명하겠다고 한다. 야당이 흠결을 지적하면 ‘발목잡기’로 깎아내린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참고일 뿐”이라거나 “여론조사를 통해 검증됐으니 됐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장관 후보자의 ‘몰래 혼인신고’ 논란이 불거지자 “검찰개혁을 방해하려는 저의가 의심된다”는 적반하장의 반응을 내놓았다. 다분히 새 정부를 지지하는 파란색 넥타이 부대가 월등히 많다는 걸 염두에 둔 반응이다.

G20에서 빨간 넥타이 맨 대통령

정책 추진은 더욱 심하다. 정부는 11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하면서 공무원 1만2000명 채용을 위한 비용 80억원을 포함시켰다. 이를 문제삼는 야당에 대해 “추경의 0.0007%에 불과한데 발목을 잡는다”고 힐난한다. 공무원 1만2000명을 채용하면 앞으로 수천억원의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는 게 야당의 주장인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탈원전 정책은 말할 것도 없다. 정부는 1조6000억원을 투입해 28% 진행된 신고리 5, 6호기 공사를 중단시켰다. 그러고선 3개월 안에 공론화위원회와 시민배심원단 결정을 통해 최종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민배심원단=파란색 넥타이=우리 편’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매사가 그런 식이다.

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국내에서와는 달리 빨간색 넥타이를 선보였다. 한·미·일 정상 만찬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같은 빨간색 넥타이를 맸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의 상징색인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넥타이 외교’라는 찬사를 들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의 더 유연한 모습을 보고 싶다면 너무 이른 기대일까.

하영춘 부국장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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