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훈의 데스크 시각] 다시 노동부로 돌아간다고?
일자리 전쟁은 제로섬 게임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불공정 게임이다. 생산성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는 좋은 일자리가 넘치고 어떤 나라는 구직자가 넘쳐난다. 지금 이 순간 일본과 한국이 꼭 그러하다.

지난달 30일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기가 막힌 사람이 필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고용노동부 약칭을 현재 고용부에서 노동부로 바꾸겠다고 했다. 굳이 그렇게 하려는 저의가 궁금했다. 일자리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아닌가. 해답은 조 후보자의 도덕성과 품격 시비만큼이나 거북스러운 정책 구상에서 나왔다. 그는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근로시간은 줄이며,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케 하는 취업규칙 관련 지침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또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는 데 ‘적극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국 청년들은 어디로

하나같이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구조적으로 고용 창출을 방해하는 것들 일색이었다. 이러니 거꾸로 국민들이 ‘고용’이라는 명칭을 빼달라고 요구해야 할 판이다. 이제 조 후보자에게 좋은 일자리 정책을 기대하기는 틀린 것 같다. 그는 임기 내내 노동계의 거친 요구를 받드느라 경황이 없을 게다.

좋은 일자리는 산업과 시장을 혁신한 나라에 먼저 찾아온다. 새로운 상품과 비즈니스를 창출하지 못한 국가는 필연적으로 선도국의 하청기지로 전락한다. 아니면 앞선 나라들이 실컷 먹다가 버린 일감을 주워 힘겹게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중국과 베트남 근로자 임금이 우리보다 낮은 것은 한국이 원청, 그들이 하청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노동생산성이 한국의 두 배에 이르는 것도 지식·서비스산업의 생산성 격차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 미국이 과거 먹다가 버린 제조업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한국에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청년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일자리 천국이라는 베트남 공장으로? 미친놈 소리를 들을 것이다. 미국의 첨단기업으로? 당장은 어려울 것이다.

스마트 공장 더 지어야

국가 간 일자리 경쟁의 우열은 서로가 전력을 다해 뛰는 국제적 분업 속에서 가려진다. 지금처럼 생산성에 역행하는 정책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야 할 길은 자명하다. 기업들이 제조·유통·서비스 경쟁력을 더 날카롭게 벼리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도록 총력 지원을 해야 한다.

공장 자동화 때문에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고 타박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스마트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노동 관련 법과 제도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스마트 공장을 수출하는 길도 열어야 한다. 독일이 이미 그렇게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만약 그런 노력이 실패하거나 시도조차 되지 않는다면 한국은 가까운 장래에 다른 나라의 하청기지나 소비시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양질의 일자리는 완벽하게 파괴될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 중 중국 폭스콘 같은 곳에서 일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살인적 노동 강도로 악명 높은 애플의 하청공장 말이다. 중국 정부가 힘이 없어 방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일자리라도 지켜내야 할 절박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를 지명한 문 대통령은 과연 어떤 일자리를 지키려고 하는가.

조일훈 부국장 겸 산업부장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