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점 직원보다 키오스크 늘리는 맥도날드
현실은 정책의도와 정반대로 나타날 수도

김현석 국제부 차장 realist@hankyung.com
[편집국에서] 로봇이 먼저 반길 최저임금 인상

요즘 맥도날드 버거킹 등 햄버거 체인점에 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게 커다란 터치 패널이 달린 키오스크(무인 주문결제단말기)다. 작년만 해도 줄을 서 직원에게 주문했는데, 올해는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선택하고 신용카드를 꽂은 뒤 대기번호가 인쇄된 영수증을 받으면 끝이다.

맥도날드가 각국에서 키오스크를 도입하기 시작한 건 2~3년 전부터다. 당시 맥도날드는 한국의 모 전자회사에서 드라이브스루 라인에서 쓰이는 종이메뉴판을 대체할 태블릿을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다. 그러던 맥도날드가 갑자기 키오스크로 방향을 바꾼 건 뉴욕주, 캘리포니아주 등 민주당이 장악한 미국 지방자치단체가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면서다.

몇 년간의 논란 끝에 지난해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와 뉴욕주의회는 업종이나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사업장에 2021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종업원 11명 이상 사업장을 기준으로 지난해 초 시간당 8.75달러이던 최저임금은 작년 말 11달러로 인상됐다. 올해 말엔 13달러, 내년 말부터는 15달러로 높아진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맥도날드점 직원 일자리만 키오스크로 대체된 게 아니다. 레스토랑 자체가 타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뉴욕시에서 지난해 신규 영업허가를 받은 식당은 2013년보다 16%가량 감소했다. 뉴욕에서 영업 중인 식당 수도 올 3월 말 2만4865개로 답보 상태다.

2012년 시간당 400개까지 햄버거를 만드는 ‘햄버거 로봇’을 선보인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모멘텀머신스는 최근 투자자금 1800만달러를 모았다고 밝혔다. 구글벤처스 등 실리콘밸리의 손꼽히는 벤처캐피털이 돈을 댔다. 이 회사는 첫 플래그십 매장을 올해 샌프란시스코에 선보일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도 2015년 시간당 11.05달러이던 최저임금이 현재 13달러, 다음달부터 14달러로 높아지는 곳이다.

로봇이 요리하는 레스토랑은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업한 레스토랑 EATSA엔 웨이터와 웨이트리스가 없다. 주문부터 결제, 서빙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돼 있다.

최저임금을 받는 이들은 통상 사회적 약자다. 그런 점에서 어느 국가나 정부에서든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도덕적으로 호소력이 있다. 소득 주도 성장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에 적극적이다. 2010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처음 제시한 소득 주도 성장론은 그동안의 이익 주도 성장론이 빈부격차 해소 등에 한계를 보이자 나온 이론이다.

노동자 임금을 높이면 소비가 늘고 유효수요가 창출돼 경제가 성장할 것이란 논리다. 최저임금을 3년 내 시간당 1만원으로 높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의도는 이에 기반한다. 하지만 그건 최소한 일자리가 유지되거나 늘어날 때 얘기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647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되면 사업주에겐 큰 부담이다. 사업주는 약 6000원 선(세트 기준)인 햄버거 값을 그만큼 올리거나, 직원 일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햄버거 값을 인상하면 고객의 불만과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쉬운 건 자동화다. 게다가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로봇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가격마저 싸지고 있지 않은가.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받는 이들은 행복할 수 있다. 일자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김현석 국제부 차장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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