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국전력공사가 원전과 석탄 등에 한눈파느라 전력망 관리에 소홀했던 건 아닌지 확인하라.” 그제 서울 서남부와 경기 광명·시흥 일대에서 일어난 대규모 정전에 대한 환경단체의 논평이다. 신호등이 꺼지고 승강기가 멈춰 시민들이 갇히는 등 큰 혼란이 빚어지면서 약 19만 가구가 피해를 입었다는 정전사태가 원전과 석탄 탓이라니 어이가 없다.

물론 2011년 9월15일 전국적 ‘블랙아웃’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번 대규모 정전사태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한전은 이번 정전사태가 345㎸급 영서변전소의 설비 작동 이상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번 정전사태마저 원전과 석탄발전 탓인 양 몰아가는 환경단체의 억지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20여 분간의 정전만으로도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그나마 변전소의 설비 작동 이상이어서 긴급 복구조치라도 가능했지, 그게 아니었으면 어찌할 뻔했나. 만약 환경단체 주장대로 원전도 문 닫고 석탄 발전도 끊는다고 치자. 그 결과 전기 부족으로 정전사태가 일어난다면 그 혼란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땐 지금처럼 즉각적인 복구도 불가능하다.

‘탈(脫)핵’을 선언한 독일은 석탄발전 비중을 크게 늘렸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를 말하지만 신재생에너지로 전력 공급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 그럴 이유가 없다. 전기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면 국민들은 늘 대규모 정전사태의 두려움을 안고 살든가, 경제활동 위축을 감수하고서라도 전기 소비를 확 줄이는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다른 나라는 비상시 전기를 어디서 빌려올 수라도 있지만 한국은 그것도 안 된다. 에너지에 관한 한 ‘외딴 섬’이나 다름없는 처지다. 환경단체는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1번가’에서 가장 큰 지지를 받은 공약이 ‘탈원전, 친환경 대체에너지 정책’이라며, 그 첫째 조치로 월성 1호기 폐쇄와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을 압박하고 있다. 언제부터 환경단체가 이 나라 에너지정책을 좌지우지하게 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