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대한 무역흑자가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대미(對美) 무역수지가 69억21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보다 40억700만달러(36.7%) 줄었다. 지난해 연간 감소폭(25억6100만달러)의 1.5배다. 대미 무역흑자국 순위도 9위(지난해 5위)로 내려갔다. 대미 수출이 0.8% 줄고, 수입은 21.8% 급증한 탓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7.4%), 무선통신기기(-37.5%)가 부진한 반면 수입에선 반도체장비(130.5%), 항공기·부품(46.7%), 농수산물(29.2%) 등이 크게 늘었다.

미국의 통상압력을 감안할 때 대미 흑자 감소가 당장 큰 걱정거리는 아닐 것이다.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한·미 FTA 재협상도 예고해 놓은 미국의 압박 강도가 다소 느슨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대미 흑자 감소가 추세화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에도 대미 수출이 3년째 줄어든 것은 심상치 않은 징후다. 세계 최대 시장에서 밀리면 다른 지역 수출도 영향을 받는다.

앞으로도 대미 교역을 낙관하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북핵 제재, 사드 배치 등을 놓고 양국 간 미묘한 엇박자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정치·안보 문제가 경제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이미 한국산 세탁기, 태양광 셀·모듈, 섬유재, 철강재 등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및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아무리 동맹이라도 경제는 경제다. 설상가상 동맹에 균열이라도 생기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런 점에서 이달 말 열릴 한·미 정상회담이 더없이 중요해졌다. 정치·안보 면에서 오해를 풀고 통상압력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국익을 챙겨야 할 때다. 더구나 상대는 ‘협상의 달인’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FTA 재협상이든, 환율 문제든 우리에게 유리한 의제가 거의 없다. 그럴수록 기업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방미 사절단에 경제계 인사들을 대거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빨리 손쓰지 않으면 출발부터 통상마찰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