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천자 칼럼] '걸프의 송곳' 카타르

걸프 지역의 뾰족한 반도국가, 경기도 넓이에 인구는 260만 명이지만 300년간 채굴할 수 있는 900조㎥의 천연가스와 152억 배럴의 원유를 가진 자원 부국, 지난해 구매력평가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12만7660달러의 세계 1위 국가, 모든 경기장에 에어컨을 가동하겠다는 깜짝 공약으로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한 나라….

이슬람 수니파 아랍국 카타르(Qatar)는 길게 튀어나온 반도 지형 때문에 ‘걸프의 송곳’으로 불린다. 길이가 짧은 인도식 칼 카타르(katar)와 발음이 비슷해 ‘걸프의 단도’라는 별명도 지녔다. 인근 산유국들이 ‘큰형’ 사우디의 위성국으로 불리는 것과 달리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개혁·개방에도 적극적이다. 1971년 영국 보호령에서 독립할 때부터 아랍에미리트(UAE) 7개 부족의 연합국 제안을 거절하고 홀로 섰다.

이런 독자 행보 탓에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마찰을 자주 빚었다. 같은 수니파 국가이면서도 2011년 리비아 내전 때 이슬람주의 민병대를 지원하며 사우디와 대리전을 치렀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실용외교를 펼치는 과정에서 사우디와의 갈등은 더 커졌다. 카타르의 친(親) 이란 정책은 결국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 7개국의 외교단절을 불렀다.

3면이 바다인 카타르는 이번 단교조치로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졌다. 시민들은 식료품 사재기에 나섰다. 그러자 이란이 ‘형제국’을 돕겠다며 선박으로 식품을 실어 보내겠다고 했다. 카타르를 사이에 두고 두 진영이 대리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해외 언론들은 ‘사우디 중심의 주류 수니파가 카타르를 옥죄면서 이란 중심의 시아파를 고립시키려는 패권경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사태의 배경에는 미국의 중동정책 변화도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사우디 방문에서 이란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목하자 전임 오바마 대통령과 소원했던 사우디가 기다렸다는 듯이 중동 주도권 되찾기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도 달갑지는 않은 상황이다. 카타르의 고립은 군사·외교적으로 손실이기 때문이다. 미국 공군기지가 있는 카타르는 미국 주도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필수적인 동맹이다.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도 편할 수 없다. 한국의 원유 최다 수입국은 사우디이고 그 다음이 이란이다. 카타르에서는 가장 많은 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이 와중에 UAE에서 이라크와 친선경기를 치르고 카타르로 이동해야 하는 월드컵 대표팀의 발도 묶였다. 마침 3차 중동전쟁 50주년이어서 더 걱정이 앞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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