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탈(脫)원자력·탈석탄’을 내세웠다.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오래된 원전과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전체 전력 생산량의 5%도 안 되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20%까지 높이겠다고도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기존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 정책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원전사고는 많은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탈핵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산업을 키우기 위해 원전과 석탄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기요금이 오를 수는 있겠지만 국민이 감당할 만한 수준일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맞짱토론] 탈원전·탈석탄발전 정책 바람직한가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서두르면 혼란을 부를 것이란 의견도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직까지 탈핵을 선언한 나라는 극소수일뿐더러 그 나라들은 일조량이나 풍질이 좋아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하기에 유리한 국가”라고 말한다. 탈핵을 선언한 독일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예상만큼 발전하지 않자 석탄발전을 늘리고 있다. 정부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국민 동의와 의견 수렴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찬성

"탈핵은 국민안전 위한 국가 책무…신재생에너지 단가 낮아져 경제성"
에너지절약 인센티브와 연계 수요관리 필요


[맞짱토론] 탈원전·탈석탄발전 정책 바람직한가
새 정부가 단계적 탈핵에너지전환 정책 의지를 보인 것은 시의적절하고 세계적 흐름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런 방향은 에너지의 안전성, 경제성, 대체가능성, 국민 수용성 관점에서 볼 때도 바람직하다. 정부 의지와 국민 소통, 공감이 성공의 열쇠라 하겠다.

첫째 안전성 차원에서 탈핵은 핵발전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의 책무를 실천하는 길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우리는 원전 안전 신화의 허상을 생생하게 봤다. 재야 학자들이 고리1호기의 사고 피해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물적 피해만 600조원을 넘는다. 독일, 이탈리아 등 선진국은 탈핵이 대세다. 지난해 정권교체를 이룬 차이잉원 대만 정부는 안전을 이유로 탈핵을 선언, 98% 완공된 제4원전 건설을 중지하고 가동 원전 3기를 전면 중단키로 했다. 또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생산비율을 현재 4%에서 2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둘째 경제성 차원에서도 탈핵에너지전환은 옳은 선택이다. 발전단가 기초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원전당국의 문제점은 차치하고라도 다른 발전원에 비해 원전은 결코 싸지 않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원전 올인’ 정책으로 원전단가는 세금이나 사회적 갈등비용, 폐로비용, 사용후핵연료처리비용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h당 세계 평균 발전단가가 2014년에 석탄 60원, 원자력 120원, 태양광 180원, 풍력 90원이던 것이 2020년에는 석탄 70원, 원자력 130원, 태양광 80원, 풍력 70원으로 신재생에너지가 원전보다 더 싸지는 ‘제너레이션패리티(generation parity)’가 올 전망이다. 새 정부의 환경에너지 공약팀은 신재생에너지산업 75조원 달성 및 30만 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탈핵으로 폐로산업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맞짱토론] 탈원전·탈석탄발전 정책 바람직한가
셋째 대체가능성 차원에서 볼 때 큰 문제가 없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대신 당분간 30% 이하로 떨어진 액화천연가스(LNG) 화력의 가동률을 높이면 된다.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강화하고 소규모 설비에 대해 발전차액지원제(FIT)를 적용하며 해상풍력이나 고속도로 소음방벽을 활용한 태양광발전, 그린전력증서제도 도입 등 다양한 정책이 가능하다. 이 경우 전력의 운영예비율 12~15% 유지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넷째 국민 수용성 차원에서도 탈핵에너지전환은 바람직하다. 오는 18일 부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조치를 계기로 폐로와 관련해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가칭 ‘원전지역 소통위원회’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탈핵정책으로 원전 입지 지역이 입게 될 경제적 피해에 대해 별도의 지원책도 모색해야 한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절반 수준인 전기요금을 에너지절약 인센티브와 연계해 수요를 관리해야 한다. 상향식 전력수급 모형 분석에 따르면 새 정부의 탈핵에너지전환 정책 추진 시 2030년까지 전력공급 총비용이 약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큰 부담은 아니다.

전기요금에 신재생에너지 부과금을 신설하고 동시에 서민이나 수송용 유류 조세 경감 등 전기소비 취약층 보호도 필요하다. 필요 시 주민투표, 국민투표 도입도 고려할 만하다.

■ 반대

"원전 포기 국가는 대체자원 풍부…우린 에너지 안정적 공급 위협"
전기료 인상 정확히 산출해 국민동의 받아야


[맞짱토론] 탈원전·탈석탄발전 정책 바람직한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일 경우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의 높은 발전 단가를 떠나 태양과 바람이 없을 때도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예비 발전기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간헐적으로만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과 풍력이 전체 전력수요의 10%를 초과하면 전력망이 불안정해진다. 신재생에너지를 크게 늘릴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전력저장장치(ESS)를 추가하면 개선이 되지만 이 또한 엄청난 비용이 든다.

에너지 정책의 목적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것은 그다음이다. 흔히 전원혼합(에너지 믹스)을 결정하는 과정이 발전원 간의 타협이라 여기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경제성, 기술성, 안전성, 환경성, 안정성, 에너지 안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순서를 매기고 이 순서에 따라서 발전원 간 배분이 결정된다. 같은 기준에 따라서 순서를 매기기 위해 경제성으로 환산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이 개입한다. 예컨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발전원에 대해 얼마의 탄소세를 부과할지가 정부 정책이다.

그런 차원에서 에너지 공약의 취지는 환경적으로 청정하고 안전하며 국제적으로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발전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은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외하고는 위의 취지에 전부 부합한다.
[맞짱토론] 탈원전·탈석탄발전 정책 바람직한가
원자력 안전에 대한 우려가 사실인지, 탈핵운동가들의 활약에 의해 조장된 것인지는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이 증가하고 대형 원전사고를 경험한 나라들이 여전히 원자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또 원전을 포기한 나라는 모두 일조량, 풍질(風質), 수력, 천연자원 등 기댈 것이 있는 나라들이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수력이 60%이고 이탈리아도 수력이 55%다. 독일은 편서풍이 불어서 풍질이 좋고 갈탄이 생산된다.

원자력발전은 원자력만의 산업이 아니다. 중공업과 건설은 기본이고 원전 건설 종사자의 상당수는 침체된 조선산업에 몸담았던 이들이다. 조선과 자동차 수출이 침체된 상황에서 원전은 수출과 고급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해서 약 23조원을 벌었다. 여기에 원전 운영까지 맡으면서 약 55조원을 더 벌 것이다. 2016년 말 기준 UAE 원전 파견인력은 약 3000명이며 이들은 연봉 3억원을 받는다.

에너지 정책은 다방면에 영향을 미친다. 호흡이 긴 정책이기 때문에 충분히 생각하고 여러 전문가 의견을 들어본 후에 결정해도 된다. 수개월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토론을 거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물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국민은 공약이 어떻게 이행될지 예측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석탄발전과 원자력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요금이 얼마나 오르는지 정확히 산출할 필요가 있다. 영국이 그랬듯 그 결과를 알리고 국민 동의를 다시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태훈/배정철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