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향후 모든 무역협정에 ‘환율조작 금지’ 규정을 집어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상·하원 청문회에 출석,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앞으로 재협상하거나 체결하는 무역협정에 이 같은 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무역 불균형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환율정책을 통상정책과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한다면 한국에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미국은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를 토대로 환율조작국, 관찰대상국 등을 지정해 왔다. 그런데 FTA 등에 직접 환율조작 금지를 규정하고 제재조치까지 담게 된다면 더 신속하고 직접적인 무역 보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런 조항이 삽입될 경우 한국 일본 중국 등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NAFTA 회원국들은 외환시장 개입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끔찍한 협상”이라며 한·미 FTA 재협상 방침을 밝혀 왔다. 만약 재협상에서 환율 규정이 들어가면 대미 수출은 적잖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강경파 보호무역주의자로 꼽히는 만큼 끝까지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같은 미국 싱크탱크가 “환율조작국에는 맞대응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 동조하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대북 정책이나 사드 비용 등에서 한국과 이견이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외로 강한 무역보복 카드를 들고나올지 모른다는 전망도 제기한다. FTA 재협상에 앞서 철강 등에 대한 강력한 수입규제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지만 새 정부에선 아직 통상조직 정비도, 통상책임자 임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걱정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