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의 미술상'이던 서미갤러리 경매로
한때 ‘재벌들의 미술상’으로 불린 서미갤러리 관련 부동산이 대거 법원 경매에 등장한다.

23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법원은 서미갤러리(사진) 관련 부동산 5건에 대해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경매개시결정을 내렸다. 규모가 가장 큰 물건은 서울 종로구 가회동 129-1 서미갤러리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소유의 이 부동산은 건물 연면적 526.76㎡, 대지면적 555.1㎡ 규모다. 서미갤러리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미술 갤러리로 쓰였다. 미술품 전시보다는 소수 자산가를 상대로 수십~수백억원대 고가 미술품을 거래하는 ‘프라이빗 세일’ 공간으로 활용됐다. 2012년 갤러리가 폐관한 뒤 현대카드가 건물을 빌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서미갤러리는 이들 부동산을 담보로 미래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약 300억원을 빌렸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가회동 토지와 건물에는 285억원의 미래저축은행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미래저축은행은 2순위 근저당을 근거로 경매를 신청했다. 1순위 근저당권자는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으로 채권 최고액이 8억4500만원이다. 종로세무서도 세금 체납을 이유로 이 부동산을 압류했다. 서미갤러리의 등기부 채무 총액은 320억원에 달한다.

바로 옆 가회동 130-1 원앤제이 건물도 함께 경매에 나왔다. 홍 대표의 장남 박원재 씨가 대표를 맡아 운영해온 갤러리다. 서미갤러리와 관련된 주택과 토지 3건에도 경매개시결정이 내려졌다. 박 대표가 소유한 성북동 자택(대지면적 459㎡, 건물 연면적 519.24㎡), 홍 대표의 차남이자 서미갤러리 이사를 맡았던 박필재 씨의 한남동 하이페리온 아파트(전용면적 197.22㎡), 충남 태안군 이원면의 22116㎡ 규모 토지 등이다. 이들 부동산은 감정평가 등을 거쳐 이르면 가을께 경매에 부쳐질 전망이다.

서미갤러리는 재벌가의 고가 미술품 거래를 도맡아 ‘미술계 큰손’으로 불렸다. 미술시장이 호황을 누린 2007년부터 갤러리 폐관 직전까지 국내 갤러리로는 유일하게 연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 미술품 거래를 통한 대기업 비자금 조성 관련 의혹과 로비 사건에도 단골로 등장했다. 2007년 삼성 특검 당시 화제가 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팝아트 작품 ‘행복한 눈물’도 이 갤러리를 통해 거래됐다.

홍 대표는 동양그룹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2015년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았다. 미술계 관계자는 “연이은 검찰수사로 2010년부터 영업을 하지 못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가회동 서미갤러리 토지의 60% 규모인 한국미술박물관이 2015년 경매에 나와 101억원에 낙찰됐다”며 “서울 시내 한가운데에 이 정도 규모 토지를 구할 기회가 드문 만큼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