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 특사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면담 때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이 테이블 상석에 앉고, 이 특사는 테이블 옆에 앉도록 해 시 주석 주재로 업무회의를 하는 형식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배치는 시 주석이 지난 4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당선자를 접견했을 때와 같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당시 김무성 특사가 시 주석 옆에 나란히 앉았던 것과 비교된다.

이 특사는 “의전(儀典)에 큰 결함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논란이 가시지 않는다. 중국이 외국 정상을 이런 식으로 대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이 전 총리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대리한 특사였다. 그런데도 특사단 쪽에서는 “중국이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니까 감수하겠다”는 건지 분명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의전 결례’ 논란 확산으로 인한 체면 손상을 얼버무리려는 것이라면 더구나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중국이 한국 새 정부를 ‘떠보기’하는 데 이런 의전방식을 이용한 것이라면 더욱 엄정한 문제제기가 필요할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사드 배치를 놓고 온갖 험한 말을 쏟아내고 치졸한 보복을 일삼았던 것만으로도 한국을 대하는 태도를 분명히 드러내왔다. 문재인 정부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사드 배치는 국회 비준동의 사안”이라며 여지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으니, 중국으로서는 “이참에 확실히 길들여보자”는 치기를 발동한 게 아닌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이 만만해 보이는 나라들을 대하는 안하무인식 외교의전은 숱하게 논란거리가 돼 왔다. 최근에도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이 우리나라가 남중국해 자원을 건드리면 전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털어놓았다. ‘완력’을 믿고 이웃국가들에 온갖 협박과 보복을 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보다 엄정하고 당당한 대응이 필요하다. 만에 하나라도 ‘밀면 밀리는 나라’라는 인식을 줘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