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혼밥과 집밥의 하모니
바야흐로 ‘혼자’의 전성시대다. 혼밥과 혼술, 혼영 등 혼자서 밥먹고 여가생활을 즐기는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하긴 1인 가구 비중이 2015년 기준 27%(1990년 9%)를 넘어서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잡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겠다.

혼밥은 간편함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요즘 젊은 세대의 새로운 소비 패턴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혼자 밥먹는 어깨너머로 ‘집밥’에 대한 그리움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집밥에는 혼자서는 결코 채울 수 없는 정(情)과 따스함 등 진정성에 대한 아련함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소비 키워드는 ‘가성비’다. 가격과 품질 모두 놓치지 않겠다는 스마트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다. 마트 진열대에서 단위당 가격을 비교하거나 ‘1+1’ 행사제품에 먼저 손이 가는 우리네 소비 방식이다. 그러나 가성비 반대편에선 여전히 ‘가치 소비’라는 이름으로 명품에 대한 집착이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명품 소비는 비싸더라도 감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소비자의 가치 소비 심리에 기대 ‘명품의 대중화’라는 아리송한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서로 간에 도저히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소비 트렌드가 혼재돼 나타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마케팅 시장이고, 고객의 마음이다. 옛날처럼 낮은 가격으로 승부하거나 한 번 거래하면 끝까지 함께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단 한 번의 불만이나 쥐꼬리만한 혜택에도 금방 돌아서는 것이 지금의 스마트한 소비자다.

영업 일선에서 볼멘소리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혼밥을 하면서도 집밥을 아쉬워한다. 가성비를 따지면서도 가치 소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우리의 스마트한 고객은 편의성과 기능에 대한 효용을 중시하면서도 진정성과 가치 추구를 통해 소비에 대한 자기만족을 여전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런 이중성은 지극히 정상적인 인간 본성일지 모르겠다.

바로 여기에 영업의 지향점이 있다. 결코 단순하지 않은 고객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는 게 출발점이다. 과거처럼 일방적인 정보 제공이나 상품 판매는 통하지 않는다. 고객 의견에 귀 기울이고 적극 반영하는 쌍방향 의사소통이 필요한 이유다.

상품과 서비스를 설계하고 결정하는 과정에 고객이 직접 참여하고, 그 경험이 상품의 가치와 만족도를 높여주는 일이 금융업에서도 낯설지 않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함영주 < KEB하나은행장 hana001@hanaf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