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비트코인 바로 이해하기
비트코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3년 비트코인 가격이 13달러에서 1160달러까지 올랐다가 2014년 비트코인거래소들의 해킹 사건으로 순식간에 140달러까지 폭락하면서 쇠퇴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1800달러를 넘어서며 다시 부상하고 있다. 랜섬웨어 해커가 파일 복구 조건으로 비트코인을 요구할 정도다. 이렇게 비트코인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3월 일본이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하고, 러시아가 2019년부터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간주하겠다고 하는 등 세계 각국이 가상화폐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가상인물이 만든 디지털 가상통화다. 그 기본 아이디어는 주어진 수학 문제를 풀면 그 대가로 비트코인이 지급되는 방식이다. 그렇게 받은 코인은 온라인 거래에 사용된다. 비트코인은 총 2100만을 초과할 수 없도록 설정돼 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보안성 강한 데이터 저장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막대한 양의 달러를 찍어내자 달러 가치 하락 우려와 함께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중앙은행에 의해 무분별하게 발행되는 불환지폐보다는 금처럼 그 공급량이 제한돼 있는 비트코인이 대안화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았다. 비트코인이 다시 부상하면서 앞으로 정부화폐가 아니라 민간이 자유롭게 발행한 화폐가 사용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비트코인이 현재의 정부화폐를 대체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화폐의 본질과 기능, 그리고 화폐가 어떻게 시장에 출현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화폐는 본래 교환 활동 과정에서 다른 모든 재화 및 서비스와 교환되는 물건이 그 기원이다. 그래서 어떤 물건이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 교환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 그것은 화폐로서 사용되지 못한다. 즉 어떤 물건이 화폐로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사전에 존재하는 가치를 지녀야만 한다. 그리고 어떤 물건이 일단 교환의 매개체로 받아들여져 사용되면 그것이 물건으로서의 용도가 사라진다 할지라도 계속 화폐로 받아들여진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이제 그것이 갖는 구매력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화폐의 특성 때문에 정부는 금으로 태환을 금지하는 불환지폐를 발행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하면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중앙은행의 불환지폐는 교환에 사용된 금과의 역사적인 연계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물건이 아니라 비물질적인 가상화폐로서 금과는 아무런 역사적인 연계를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어떤 것이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의 가격이 안정적이어야만 한다. 가치가 불안정하면 사람들이 교환에서 잘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격이 매우 불안정한 비트코인이 보편적인 화폐로 사용되기 어렵다. 다만 비트코인은 토큰처럼 특정 거래에서 기존 화폐를 사용하는 새로운 방법일 뿐이다. 그리고 비트코인 가격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부여하는 가치를 나타낸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각국이 비트코인에 관심을 보이니 앞으로 그 서비스에 대한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사람들이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각국 정부가 비트코인에 대해 갖는 관심의 대상은 비트코인 자체가 아닌, 그 뒤에 있는 보안성 강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정부가 직접 가상화폐를 만들 뿐만 아니라 가상화폐의 편리함과 그 동력을 이용해 현금 사용 금지를 추진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화폐의 역사는 정부화폐가 민간화폐를 대체하는 쪽으로 이뤄져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무한한 자금과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민간화폐로서 정부화폐를 대체할 것이라는 것은 매우 낭만적인 생각이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 jwan@kh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