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색깔이 다른 눈동자란 뜻의 ‘오드 아이(odd-eye)’는 한경닷컴 기자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각을 세워 쓰는 출입처 기사 대신 어깨에 힘을 빼고 이런저런 신변잡기를 풀어냈습니다. 평소와 조금 다른 시선으로 독자들과 소소한 얘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김정숙 여사(가운데)가 지난 15일 출근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 사진=한경 DB

김정숙 여사(가운데)가 지난 15일 출근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배웅하고 있다. / 사진=한경 DB

김정숙 여사냐, 김정숙 씨냐. 대통령 부인을 어떻게 부를지가 논란이다. 일부 언론의 ‘김정숙 씨’ 호칭 사용에 반발 여론이 거세다. 은연중 낮춰 부르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엽적 사안이라 여겨 웃어넘겼다. 그런데, 문제가 예상 외로 커졌다.

해명을 보니 ‘씨’를 택한 이유는 납득이 된다. ‘여사’는 남녀차별 소지가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성별 구분 없이 ‘씨’로 통칭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여직원’ ‘여기자’ ‘여류 시인’ 등의 호칭이 남성 중심적 파생어라는 지적과 맥을 같이 한다. 서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먼(woman) 역시 맨(man)에서 비롯된 용어로 간주, 남녀 역할을 뒤바꾼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에서는 남성을 ‘맨움(manwom)’으로 지칭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씨’라는 호칭에는 약간의 께름칙함이 남는다. 각 언론의 호칭 표기 원칙과 별개로 ‘씨’를 높임말 호칭으로 보기는 어려워서다. 적어도 기사 상에서는 그렇다. 이름 뒤에 굳이 직책을 붙이는 이유다.

개인적 경험에 비춰보면 ‘씨’는 이도 저도 아닌 경우에 궁여지책으로 붙일 때가 많다. 구체적 직함이 없으면 교수, 교사, 변호사 등 직종이나 직업을 붙인다. 현재 ‘씨’라고 부를 만한 상태라도 가급적 전직 직책이나 직함을 붙여 쓴다. 권위주의 영향으로 볼 수도 있지만 여하튼 그렇다. 굳이 ‘씨’를 붙이는 경우는 주로 학생을 지칭할 때다. 성별을 나누는 ‘군’이나 ‘양’보다는 ‘씨’를 쓴다. 또는 일반인이 기사에 등장할 때 ‘씨’라고 호칭하는 편이다.

파면된 전직 대통령을 박근혜 씨가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언급하는 관행 역시 예우에 속할 것이다. ‘씨’와 ‘전 대통령’ 가운데 어느 한쪽을 쓴다고 해서 반대 용례가 잘못 됐다는 건 아니다. 판단에 따라 섞어 쓸 수도 있겠다.

그렇게 보면 대통령 부인을 김정숙 씨라고 부르는 데 대한 정서적 반발은 있을 수 있다. 물론 ‘여사’보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고, ‘씨’보다 존대를 잘 담아내는 적절한 호칭이 있다면 그걸 사용하는 게 좋을 터이다.

따지자면 그렇다는 것이고, 사실 김정숙 여사건 김정숙 씨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마치 조선시대 예송논쟁 재연 같다. 이건 퇴보다. 아이돌 팬덤 문화의 일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수백 년 시간차를 둔 양극단의 연상 작용에 어지럽다.

요는 표현의 일관성과 문제제기 방식의 부족함이다. 언론이 일관되게 호칭을 사용했다면, 혹은 대중이 마녀사냥에 가깝게 공격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없었을 일이다. 그 과정에서 대응 방식의 아쉬움도 남는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이제 한 주 지났다. 갈 길이 구만 리다. 멀리 가려면 더불어 가야 하지 않겠나. 균형감각과 상호이해가 먼 길 함께 가는 첩경일 것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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