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 혁신산업 기업 뛰어놀 운동장 닦아야
새 정부는 단기적인 경기부양의 조급증에서 한발 벗어나 미래를 바라보며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전 정부들에 비해 경기 흐름이 나은 상태에서 임기를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사태로 인한 국가부도위기 와중에 출범했고 노무현 정부는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카드사태를 겪었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느라 힘을 다 쓸 수밖에 없었고 박근혜 정부는 주요국의 출구전략으로 야기된 불황의 한가운데를 지나던 중에 시작했다.

지금은 모처럼 경기에 훈풍이 불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의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두 자릿수 증가하는 등 호조를 보이는 데다 투자도 크게 늘면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뛰어넘어 전기 대비 0.9%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LG경제연구원 등 주요 경제예측기관들이 경기전망 수치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성장률 전망치를 올렸다 해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2.6~2.7% 범위에 몰려 있다. 2012년을 빼면 201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성장률이고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비해 성장활력이 크게 둔화된 상태다. 더욱 큰 문제는 지금의 경기호조세가 그리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수출 주도 업종이 반도체,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인데 석유화학과 디스플레이 등은 산유국의 감산에 따른 유가 상승이나 산업 내 생산능력 조정에 따른 가격상승에 힘입은 바 크다. 지난해 4분기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한 시점은 유가 상승세 전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지난해 1분기 유가가 전년 대비 33.7% 하락했을 때 수출이 13.7% 줄어들었고 올해 1분기 유가가 46.4% 올랐을 때 수출이 14.9% 늘어났다. 현재의 유가가 이어지면서 하반기 유가상승률이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수출이 얼마나 늘어날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경기호조가 자칫 한국 경제의 구조개혁을 지연시키고 불안정성을 증폭시키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경기흐름이 양호하니 당면한 구조조정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일부 산업의 경우 산업 경쟁력이 개선됐거나 구조적으로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돼 설비투자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공급조정 등에 따른 단가호조에 따라 늘어난 것이어서 업황이 하락 반전하면 기업들의 부담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경기부진과 경제위기설 등이 반복되면서 경제주체들의 긴장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피로가 누적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경제상황은 절대 안심할 정도는 아니다. 더구나 단기적 호조를 한꺼풀 벗기면 그 속에 만성적 소비부진과 장기저성장, 생산성과 경쟁력 저하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위기는 그대로 진행 중이다.

우선 가계부채와 주택시장 등 국내적 불안요인과 통상 등 대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며 현재 흐름을 더욱 굳건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금리인상세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현재의 기준금리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자리 추경이 이뤄져 소방, 경찰, 복지 등 시급한 공공부문 일자리가 늘어난다면 경기 회복세 유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보다 의미 있는 일자리는 시장에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혁신산업의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인프라를 마련해 인공지능과 전기자동차, 자율주행 등 여러 산업 분야에서 기업들이 뛰어놀 운동장을 닦는 데 힘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 의료, 관광 등 서비스산업 발전을 가로막아온 이해대립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면 경제구조를 개혁하고 내수를 확충하는 동시에 청년층 고용을 상당부분 흡수하는 길이 될 것이다.

신민영 <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