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IB 제주 연차총회에 거는 기대
2017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내달 16일부터 사흘간 제주 중문단지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총회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1차 총회 이후 두 번째다.

이번 총회에는 80여개국의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국제기구 대표, 인프라 관련 국내외 기업인과 금융인 등 2000명 이상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총회는 중국 밖에서 개최되는 첫 총회로서, 회원국들이 참석하는 공식행사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투자포럼, 인프라 관련 세미나, 1 대 1 비즈니스 미팅, 한국 인프라 기업설명회 및 인프라 전시회 같은 부대행사를 통해 회원국과 국내외 인프라 관련 민간부문 간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회의와 컨벤션, 전시회를 포괄하는 마이스(MICE)산업의 경제효과 역시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이번 AIIB 총회 의장국으로서 AIIB 주요 사업과 개발 의제를 주도하고, 회원국 주요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다. 개최 장소인 제주 역시 국내 유일한 국제자유도시로 국제적 입지를 확립하고 제주 인프라 시장의 투자 기회 또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회의 주제인 ‘지속가능한 인프라’는 총회가 제주에서 열리게 된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는 2015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를 소개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제주도 내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바꾸고 전력공급을 100%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제주의 발전은 친환경 에너지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 자율주행 자동차의 핵심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스마트그리드와 연계된 기술융합을 산업에 접목시키고 있다. 지난 1월에 열린 제47회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제주 그린빅뱅’ 모델은 전력체계의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로 온실가스 감축과 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어 세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제주는 글로벌 에코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친환경을 강조하는 AIIB의 운영 방향과도 뜻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이번 총회를 개최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AIIB는 아시아 지역 내 도로, 송전, 환경보호 등 인프라 분야 투자를 통해 사회·경제 발전에 기여함과 동시에, 친환경 기술이 도입된 프로젝트에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선진 친환경 기술을 적극 수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제주는 25년간의 숙원사업이던 제2공항 건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인프라 확충을 위한 기반 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인프라 확충 시 가장 큰 걸림돌로 재정문제를 꼽을 수 있는데, 이번 총회를 계기로 AIIB와 같은 다자개발은행과 민관합작투자사업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다각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이다.

제주도는 인구 66만명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관광수요의 지속적인 증가로 제주공항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내년에는 제주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됨에 따라 제2공항 건설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제2공항은 단순한 지방공항 개발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관문을 확충해서 국부를 창출하는 국가 전략적 인프라 사업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안방에서 열리는 회의를 지렛대 삼아 회원국 간 외교와 경제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중장기 인프라 사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교두보로도 활용해야 한다. 제주의 발전, 나아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획기적인 계기가 되도록 AIIB 연차총회의 성공적 개최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원희룡 < 제주특별자치도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