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이 처음으로 미국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를 것이라고 한다.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츠는 삼성 반도체 부문의 2분기 매출이 인텔을 앞지르고, 연간 기준으로도 인텔보다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업계는 기념비적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터줏대감으로 20년 넘게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던 인텔이 마침내 ‘왕좌’를 후발국 기업에 내주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 반도체의 1위 등극은 1983년 이병철 창업주가 반도체 진출을 선언한 이래 34년 동안 이어진 도전과 혁신의 결과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한때 일본 NEC와 도시바가 인텔을 추격했지만, 한번도 1등에 오르지 못하고 퇴장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달 28일 대통령 후보 TV토론회에서 “삼성 등 대기업이 지난 20년 동안 혁신을 게을리했다”고 말한 어느 대선후보의 발언이 무지(無知)에 기인한 것이었음도 분명해졌다.

삼성 반도체의 목숨 건 혁신과 도전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이병철 창업주가 안팎의 반대를 무릅쓰고 메모리 반도체 투자에 나서기로 한 것부터가 험난한 도전이었다. 도전은 후대로 이어졌고, 삼성은 1990년대 이후 128메가·1기가 D램 등을 잇따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메모리 시장의 최강자가 됐다. 2013년 이후에는 세계 최초의 3D V낸드와 3D D램으로 고집적 반도체 기술의 신기원을 열었다.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같은 회사인 삼성전자의 갤럭시폰에 핵심 프로세서칩(AP)을 공급하고 있지만, 거저 납품권을 얻는 것도 아니다. 미국 퀄컴 등과의 치열한 혁신 경쟁을 이겨내야 가능하다.

삼성 반도체의 성공은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해온 기업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30년 넘게 계속돼온 도전과 혁신은 말처럼 쉬운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다행스런 점은 ‘제2의 반도체’를 꿈꾸는 기업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신약 분야가 그렇고,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 등의 분야도 마찬가지다. 대주주 경영권을 어떻게든 옭아매려는 대선 공약이 넘쳐나는 가운데, 기업인들은 “격려는 안 해줘도 좋으니, 제발 마음껏 도전하고 혁신하게 그냥 내버려 둬 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바란다면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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