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깨우는 한시] 마야두리당전월(摩耶肚裏堂前月) 조파인인일몽신(照破人人一夢身)
허백명조(虛白明照, 1687~1767) 선사의 본관은 홍주(洪州)이며 이름은 이희국(李希國)이다. 13세 때 출가했으며 사명(四溟)대사의 제자로서 임진왜란 병자호란 때 승병장으로 활약했다. 선(禪)과 교(敎)는 물론 무(武)에도 능했다. 이 시는 어느 해 사월초파일에 연등불을 밝히며 지었는데 《허백집(虛白集)》에 전한다.

붓다(Buddha·석가모니)는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보름달’이 되어 주변을 밝혔다. 단순한 표피적 비춤에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몽신(夢身)까지 잘 살피라고 했다. 그래서 “어머니(마야부인)의 태에서 나오시기 전에 이미 사람들을 다 구제했다(未出母胎 度人已畢)”(선문염송 제1칙)고 한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왕자(王字) 복근과 개미허리 같은 몸매는 이제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오직 추억 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그래서 몽신이다. 그런데 앞으로 근력이 더 떨어질 몸인지라 현재의 몸도 더없이 고맙다. 생각을 바꾼다면 그것도 일종의 자기구원이 된다.

후학들은 밝은 달을 대신해 등불을 켰다. 몽신까지 밝힐 때는 법등(法燈)이라고 불렀다. 법등이 이어지는 것을 전등(傳燈)이라고 한다. 일본 히에이(比叡)산 엔라쿠지(延曆寺)에는 1000년을 이어온 ‘불멸의 등불’로 유명하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가게가 즐비한 교토(京都)에서도 단연 선두를 달리는 ‘노포(老鋪·시니세)’인 셈이다.

오래된 가게는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기 마련이다. 1953년에 개업했다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어떤 갈비집은 60여년 동안 장사를 하며 아홉 번 이사했지만 한 번도 연탄불을 꺼뜨린 적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기삿거리가 됐다. 그야말로 ‘불멸의 연탄불’인 셈이다. 뱃속을 채우면 마음이 넉넉해지고 얼굴까지 환해진다. 그래서 연탄불도 때로는 등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