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넛크래커’에 비유되곤 했다. 선진국에는 기술력에서 처지고 개도국엔 가격경쟁에서 밀린다는 것이었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인 채 협공을 당하는 필연적 위치라는 면에서 이 비유는 한때 유행을 타기도 했다.

넛크래커 같은 한국의 경제실상에 대한 보고서 두 편이 또 나란히 발표돼 주목을 끈다. ‘수출 빅데이터를 이용한 한국 산업의 경쟁력 평가’(산업연구원)와 ‘한국 경제, 일본을 얼마나 따라잡았나’(현대경제연구원)라는 연구물이다. 산업연구원 보고서는 1995년부터 20년간의 수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한국의 산업경쟁력이 세계 16위에서 13위로 올라섰으나 수출상품의 성장잠재력 지표인 ‘산업응집력 지수’는 21위에서 25위로 오히려 떨어졌다는 연구 결론이다. 한마디로 현재의 경쟁력은 나름대로 버티고 있으나 미래의 경쟁력은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간에 중국의 산업경쟁력은 20위에서 3위로, 산업응집력 지수는 18위에서 3위로 비약했다. 현재의 경쟁력에서도, 미래의 잠재력에서도 중국에 졌다는 냉정한 평가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경제·산업 전반에 관한 비교다. 한국의 국부(2015년, 10조9000억달러)는 일본의 40.2%, 외환보유액은 3분의 1 수준인 현실을 잘 보여준다. 국가부채 등 우리가 나은 부분도 없지 않지만 과학경쟁력, 4차 산업혁명 대응력 등에서 일본에 크게 밀린다는 게 요지다. 따라잡기는커녕 일본과 격차는 벌어지고, 중국에는 추월당하는 중이다.

무서운 현실이지만 새삼 놀라운 일도 아니다. 우리가 못 본 척, 별것 아닌 척, 믿기지 않는 척 해왔을 뿐이다. 극단적 정쟁과 입법만능의 정치과잉 사회, 기업 때려잡기와 포퓰리즘 경쟁에 매몰돼가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면 당연한 결과다. 신기술로 새 문명을 창조하고, 수출증대에 나서 국부를 축적하고, 내일의 첨단과학을 개척하는 주체가 기업인데 온통 기업을 옥죄며 기업가정신까지 훼손하기에 급급하다. 미래는 없고 과거에 집착하고 있다. 이러고도 경제와 산업, 기술의 경쟁에서 앞설 수는 없다. 끝내 세계의 변방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