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란 예측이 또 나왔다. 국제회계컨설팅그룹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 24일 낸 보고서에서 2030년께 로봇이 미국 내 일자리 38%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통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성 일자리보다 자동화가 쉬운 제조 운수 등 남성 일자리에 더 치명적이라는 게 PwC 분석이다. 이런 와중에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인터뷰에서 “50~100년간은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PwC 보고서는 새로울 것도 없다. 지난해 초 다보스포럼에서 2020년까지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진다는 ‘직업의 미래’ 보고서의 연장선이다. 맥킨지는 지금 기술로도 일자리 45%의 자동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는 2030년 일본 고용자 수가 240만명 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에서 가장 겁주는 예측은 한국의 고용정보원이다. 2025년까지 국내 근로자 60%가 일자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까지 겹쳐 설상가상이다. 일자리는 로봇·AI에 내주고 성장잠재력은 저출산·고령화로 추락할 것이란 주장이 난무한다. 하지만 일본을 보면 그렇지 않다. 일본의 산업용 로봇 활용률이 세계 최고다. 고령화율은 25%를 웃도는 세계 최고령국이다. 그런데도 일자리가 넘쳐 청년들이 골라 취업할 정도다. 인구가 줄어든다는데 지난해 부동산 대출은 15%나 늘어 사상 최대치다. 상식과 정반대다. 아베 신조 총리는 최근 독일 하노버 기술박람회(CeBit)에서 “일본은 AI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인구가 줄어도 혁신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한된 지식으로 미래를 재단할 때 흔히 오류에 빠진다. 여태껏 공장자동화, 사무전산화 등이 모두 로봇·AI 도입과정이었다. 은행 업무의 90%가 기계로 대체됐어도 은행원은 줄지 않았다. 직업이 더 세분화·전문화될 뿐이다. 미래는 AI나 고령화가 만드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창의와 혁신을 수용하느냐에 달렸다. 경제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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