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언각비] '진도개'의 하소연
대통령 탄핵 사태가 급기야 진돗개로 불똥이 튀었다. 청와대에서 기르던 진돗개 아홉 마리를 어떻게 처리할지 논란이 분분하다.

진돗개의 수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10월2일 서울 연희동 주택가 인근에서 ‘이색 장터’가 열렸다. 인근 주민을 비롯해 400여명이 몰려 TV, 냉장고 등 가재도구를 살피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징하기 위한 경매 현장이었다. 이날 진돗개 두 마리가 40만원이란 헐값에 팔려나갔다.

한국에는 두 가지 진돗개가 있다. 하나는 한국의 대표 명견으로 알려진 ‘진돗개’다. 전남 진도군은 전국에 수십만마리가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천연기념물이 아니다. 청와대 진돗개 역시 그렇다. 다른 하나는 진도군에서 보호 육성하는 ‘진도개’다. 이들이 천연기념물이다. 진도에는 현재 1만1000여마리가 있다.

“앞으로는 진돗개를 ‘진도개’로 적어주세요.” 2001년 진도군은 진돗개를 진도개로 적기로 했다. 지역 특색을 살리기 위해 통일된 표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진도개의 연원은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초 출발은 ‘진도견’이었다. 당시 정부는 천연기념물 53호를 지정했는데, 이때 이름이 진도견이다. 1967년 제정된 법률 역시 한국진도견보호육성법이었다. 진도견이 진도개로 된 것은 1997년 개정 때다. 한국진도개보호육성법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진도개가 법정용어로 등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에 앞서 1993년 고시를 통해 진도견이란 한자어를 버리고 고유어가 들어간 진도개로 명칭을 바꿨다.

일련의 과정에는 우리말 표기에서 이어져온 ‘사이시옷’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진도’와 ‘개’가 어울린 합성어는 ‘진돗개’로 적는다는 게 우리말 규범이다. 일반적으로 진돗개로 알려진 것은 그런 까닭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뒷받침되는 천연기념물은 진도개뿐이다. 진도군에서는 이런 근거와 함께 진도개의 고유명사성을 살리기 위해 어문규범에 반기를 든 셈이다.

사이시옷은 우리말의 아킬레스건이다. 쓰는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어서 일관성을 갖추기 어렵다. 마침 국립국어원은 사이시옷 규정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진도개로 통일하는 게 어렵다면 보통명사로 쓸 때는 진돗개로, 천연기념물로서는 진도개로 구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미 항간에는 그런 주장이 나와 있다.

홍성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