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리는 돈 5조…서울대 '스믹' 출신 돌풍
회사 설립 1년 만에 7636억원을 끌어모아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 돌풍을 일으킨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 지난해 유경PSG자산운용을 공모펀드 운용사 수익률 1위(11.94%)에 올려놓은 강대권 주식운용본부장, VIP투자자문을 업계 2위(고객 수탁액 약 1조8000억원) 회사로 올려놓은 최준철·김민국 공동대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서울대 주식연구동아리 ‘스믹(SMIC: SNU Midas Investment Club)’ 출신이다.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지난해 자산운용업계 각 분야(공모펀드 헤지펀드 투자자문)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굴리는 돈 5조…서울대 '스믹' 출신 돌풍
◆대학생 투자 고수들의 변신

12일 업계에 따르면 1999년 서울대 내 주식투자 동아리로 설립된 스믹 출신 펀드매니저들이 자산운용업계의 중심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1990년대 중후반 학번인 스믹 1~5기가 굴리는 자금만 5조6775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주니어급 펀드매니저까지 합하면 40~50명 정도가 자산운용업계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동아리는 1998년 외환위기로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고 투자에 대한 인식도 바닥권이던 시기에 일부 주식에 관심을 갖고 있던 학생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처음엔 공부한 내용을 공유하는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 분석 리포트를 내는 것은 물론 기업 주주총회에서도 목소리를 내는 등 활동폭을 넓혀 왔다. 종잣돈을 모아 펀드도 운용한다.

40대에 접어든 스믹 1~2기는 자산운용사 대표 또는 본부장급으로 성장했다. 스믹 창립 멤버이자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인 강성부 LK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지난해 대형 사모펀드(PEF)를 제치고 현대시멘트 인수에 성공하는 등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자산운용사로 전환해 업계 2위로 뛰어오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황 대표와 이주상 상무도 스믹 1기다. 황 대표는 재학 시절 코스닥에 투자해 100억원대 수익을 낸 ‘전설’로도 회자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를 운용하는 목대균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도 이들과 같이 공부했다.

◆동아리 연평균 수익률 20%대

창업을 선택한 펀드매니저도 적지 않다. 2대 회장을 지낸 김민국 대표와 부회장 최준철 대표는 동아리에서 실력을 쌓은 후 곧바로 VIP투자자문을 공동 설립했다. 김두용 머스트자산운용 대표(5기)와 홍진채 라쿤자산운용 대표(14기)도 자산운용사를 창업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최 대표는 “동아리에서 가치투자 펀드를 운용한 경험이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스믹은 지금까지 32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한 해 졸업생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으로 여의도에 입성한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졸업한 동아리 회원 12명 가운데 3명이 VIP투자자문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금융투자에 취직했다. VIP투자자문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엔 각각 5명의 스믹 출신 펀드매니저가 일하는 등 선후배 사이의 네트워크도 탄탄하다.

동아리 명성이 높아지면서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야 하는 입회 경쟁률은 최근 2~3 대 1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동아리 가입 첫해엔 기업 분석 등 리서치에 주력하고, 2년차엔 희망자를 대상으로 펀드를 운용한다.

장순재 스믹 회장(언론정보학과)은 “6~7명의 팀으로 구성된 자산운용팀은 최근 7년 동안 연평균 20% 안팎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며 “기업 분석, 보고서 작성 등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